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만들어내고 여야가 오는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당초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반쪽짜리 개혁'에 그쳤다는 비판이 높다.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라는 시한에 쫓긴 정부여당이 공무원단체와 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는 평가다.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개혁안에 따르면 오는 2085년까지 향후 70년간 정부 총 재정부담 절감액은 333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낸 법안에 따른 절감폭(308조7,000억원)에 비해서는 24조원가량 더 줄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새누리당이 협상 과정에서 수지균형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안(394조원)에 비해 절감폭이 87조원가량 적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작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이지만 어쩔 수 없는 타협에 그치면서 재정절감 액수는 목표했던 것보다 크게 후퇴했다.
당정청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구조개혁'도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서면서 당정청은 신규 공무원에게는 국민연금과 동일한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의 개혁에서 모두 기본 틀은 놓아둔 채 수치만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그쳐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틀 자체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모수개혁에 머물고 말았다.
개혁안 마련을 위해 실무기구에 참여한 공무원단체는 공무원 사이의 분열을 조장한다며 버텼고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선에서 공무원연금의 틀을 유지하게 됐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신구 공무원 분리를 저지해 공무원연금제도의 틀을 유지한 것이 이번 투쟁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겉으로는 신규 공무원이 차별 받는 일은 줄었지만 결국 퇴직 공무원이나 재직자의 기득권은 최대한 보장됐고 신규 공무원에게 많은 부담이 가해진다는 비판도 크다. 개혁안에 따라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인 기여율은 5년간 7%에서 9%로 인상된다. 당장 내년에 1%포인트 올라 8%가 되고 이후 매년 0.25%포인트씩 4년간 1%를 올려 9%로 만드는 구조다.
반면 지급률은 이보다 훨씬 긴 20년에 걸쳐 느슨하게 떨어진다. 현재 1.9%에서 내년부터 5년 동안은 매년 0.022%포인트를 인하해 1.79%를 만들고 이후 5년간 다시 1.79%에서 해마다 0.01%포인트를 낮춰 1.74%까지 떨어뜨린다. 다음 10년 동안은 1.74%에서 매년 0.004%포인트를 내려 2036년에야 최종 지급률이 1.7%가 되도록 했다.
결국 보험료 인상 속도에 비해 연금 수령액 인하 속도는 더디게 해 재직 공무원들이 느끼는 개혁의 체감도는 최소화했다. 현직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급률을 20년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20년간 연금 개혁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은퇴 공무원에게 수령액의 일부를 기여하게 하는 '고통 분담' 방안도 없던 일이 되면서 기존에 누리던 혜택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혁안의 취지가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에도 여야는 합의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가 재정파탄을 막고 미래세대에 큰 빚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공무원연금 개혁이 국민대타협에 의해 합의된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오늘의 사회적 합의는 앞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구조개혁을 해나갈 때 따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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