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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7월 2일]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
입력2008-07-01 18:10:48
수정
2008.07.01 18:10:48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고유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월가의 작전설’이다. 유가 강세에 베팅한 월가 투자은행들이 유가상승 보고서를 내놓아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시각이다. 국제유가가 조만간 200달러까지 오른다는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ㆍ유가 대급등)’ 전망은 월가의 음모론에 불을 댕겼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고유가에 민감해진 미 의회는 지난달 말 청문회를 열고 원인 규명에 나서더니만 급기야 투기근절 대책까지 입법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졸지에 투기의 소굴로 낙인찍혔고 슈퍼 스파이크설을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미 의회는 그러나 투기세력의 준동이 고유가의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들이 가격을 조작했다는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 연기금의 상품투자 금지와 선물거래의 증거금 확대 등을 담은 투기방지 대책이 백악관의 서명을 거쳐 시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 의회의 대응방식은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망각한, 다분히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제유가 슈퍼 스파이크설은 요즘 등장한 이론이 아니다. 아르준 무르티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이던 지난 2005년 초 보고서에서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균형이 무너져 조만간 유가 100달러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며 슈퍼 스파이크설을 처음 제기했다.
이 이론은 상상을 뛰어넘는 끔찍한 고유가 전망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요지는 에너지 과소비 구조에 대한 경고였다. 이 보고서는 에너지 소비가 ‘현저히’ 감소할 정도로 고유가는 오래 지속되며 이때 비로소 유가가 안정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무르티는 “지정학적 문제로 쉽게 흔들리는 원자재시장에 영원히 균형상태 유지를 기대할 수 없다”며 “미국은 기름을 물 쓰듯 한 과잉소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3년 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에너지 과소비에 대한 경고는 숱하게 나왔지만 지구촌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당장의 현실이 아니며 피부에 와 닿을 정도의 고통도 없던 터였다. 에너지 수요 구조를 일시에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장기 고유가 시대에 접어든 지금이야말로 에너지 과소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슈퍼 스파이크설은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더욱 시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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