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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와히드 대통령 물러나야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와히드 대통령은 재임 20개월간 자카르타에 있는 주요 정치 집단들로부터 지지를 상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군부를 설득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려 하고 있지만 이것도 뜻대로 되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운명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던 의회 의원들은 등을 돌렸을 뿐만 아니라 8월 1일 그의 탄핵을 준비하고 있다. 이 날이 바로 와히드가 대통령직을 그만둬야 할 때다. 만약 그가 의회의 탄핵 요구를 무력으로 억누르려 한다면 인도네시아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 있음을 와히드는 명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 와히드 대통령은 필리핀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을 힘으로 누르려 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적 저항을 일으켜 자신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을 재촉했을 뿐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법적으로 완전하지 못했던 당시의 절차 문제 때문에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치ㆍ경제적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에스트라다가 대통령직을 스스로 물러났던 게 필리핀으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는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와히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야만 한다. 이 방식만이 인도네시아의 혼란을 마감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물론 와히드 대통령은 자신의 실패를 탄탄하지 못한 권력기반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여러 종교단체의 선망 받는 지도자지만 정칙적인 고위직에 앉아 있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그는 사나운 말로 정적을 공격했다. 또 다혈질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동맹자들로부터도 신뢰를 상실했다. 이와함께 건강상 문제는 그의 업무수행 능력을 격감시켰다. 결국 그는 권력분점이란 전략을 내세우는 한편 무력사용 가능성으로 정적을 위협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인도네시아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와히드가 선택해야 할 길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구조도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체제는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제도적 장치보다는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와히드를 승계할 것이 확실시 되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은 분명 전임자보다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개혁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아버지인 수카르노 전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현 정치적 구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 6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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