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하며 민족주의와 영토 야욕을 드러낸 푸틴의 러시아. 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에까지 비유되는 푸틴 대통령에 맞서 서방국은 연합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 푸틴은 어떤 마음에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걸까. 소련 붕괴 이후 위상이 약화한 과거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노리고 있는 것인가. 러시아 행보가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도대체 러시아가 어떻게 탄생했고 발전해 왔는가를 천착해 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다고 해서 이런 제목이 붙었다. 그냥 걸쳐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감안해 '제국'이라고 불렀다. 당연히 한국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 분단의 원흉 중의 하나다.
'유라시아 제국의 탄생'은 러시아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경로를 거쳐 성장했으며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가 된 과정을 차분하게 시대순으로 정리하고 있다. 처음 유럽 변방의 작은 민족인 '루시'에서 시작해 유럽의 강국이 된 후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로 팽창하고 결국은 한반도와도 국경을 맞대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서술된다.
저자는 러시아인들의 자부심을 강조한다. '제3의 로마'라는 명칭이 나온다. 우리가 아는 고대 로마제국의 그 로마다. 이탈리아 로마를 중심으로 한 로마제국이 '제1의 로마'이고,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수도로 한 비잔틴제국이 '제2의 로마'라면 러시아는 세번째 로마가 된다. 비잔틴제국이 1453년 이슬람국가인 오스만투르크의 공격에 무너지자 당시에는 비잔틴의 휘하에 있던 러시아가 로마의 계승자임을 주장하고 나선다. 정치에서는 로마제국의 패권을 잇고, 종교에서는 기독교의 수호자를 자임한 것이다. 러시아의 국가문장은 로마제국과 같은 독수리 문양이다. 머리가 2개인 독수리인데 유럽과 아시아를 모두 지배한다고 해서 2개가 붙었다.
로마제국를 잇는다는 이념과 함께 주변민족이나 국가들과 끊임없는 충돌로 영역을 넓힌다. 유럽의 변두리인 모스크바 인근의 작은'모스크바 공국'은 팽창을 거듭하면서 결국 유럽의 3분의 1과 아시아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20세기 초 사회주의공화국 연방을 세우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지만 70여년만에 연방에 속해있던 공화국들이 분열하면서 현재는 18세기 이후 가장 적은 영토를 점유하고 있다. 바로 지금의 러시아공화국이다.
푸틴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로 나오는 것은 과거의 영광이라는 '신화'를 꿈꾼다는 차원에서 러시아인의 환상을 충족시키고 있다.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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