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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혈세' 낭비한 유전의혹 특검 전말

`유전의혹' 특검은 검찰의 사건 관련자 기소 및수사결과 발표 이후인 올 6월 말 국회에서 검찰 수사 결과를 문제삼으면서 특검법안을 통과시킨 결과 탄생했다. 정ㆍ관계 인맥을 과시하며 유전사업을 주도한 `핵심인물' 허문석씨가 해외로 도피했고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 등은 재판을 앞두고 입을 꼭 다문 상태였기 때문에공식출범 이전부터 각종 난관이 예고돼 있었다. 이런 와중에 8월18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수사에 돌입한 정대훈 특검팀은 검찰의선행수사를 뛰어넘기 위해 `원점 재수사' 방침을 정하고 관련자 20여명을 출국금지한 뒤 2만여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검토하면서 물증확보에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의 자택과 사무실, 이광재 의원 선거참모의 사무실 등 검찰수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던 9곳을 압수수색하고 453개의 관련자 금융계좌를 뒤지면서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것도 검찰수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현재 산업정책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컴퓨터를 제출받아 분석하는가 하면 사건관련자들의 e-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하고 전화통화 내역 조합을 분석해주는전산 프로그램까지 활용하는 등 첨단 수사기법도 동원했다. 특검팀은 이런 노력에도 정ㆍ관계 인사들이 유전사업에 개입했다는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다. 더욱이 추궁할 단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왕영용씨를 필두로 시작된 소환조사에서 핵심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 때와 다를 바 없거나 그 수준에도 못 미치는진술들을 내 놓아 난관에 봉착했다. 관련자들의 전화통화 내역 중 6개월 이전 것들은 이미 자료가 폐기돼 있어서 `세월의 장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정태익 전 주러 한국대사가 코리아크루드오일(KCO)과 철도공사, 러시아 알파에코사의 3자 모임을 주선했다는 의혹과 관련, 핵심 증거로 여겨지던 `초청장'의 내용상 유전의혹 사건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식 전 행정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철도공사측으로부터 유전사업 관련 보고를 받은 정황은 재확인됐지만 개인컴퓨터 등 청와대 컴퓨터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조직적으로 사업에 개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어 산자부, 건교부 등 기타 정부부처에서도 유전사업 추진현황을 파악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외압 등을 행사한 증거로는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는 등 관련 의혹들을 차례로 `사실무근'이라고 결론내렸다. 지난달 16일 수사기간을 한 달 연장한 특검팀은 이광재 의원의 사업개입 여부와전대월씨의 비자금 등 두 가지만을 과제로 남겨두게 됐다. 전씨가 지난해 4월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며 1억여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으로조성한 사실은 특검팀이 이번 수사에서 새롭게 밝혀낸 부분이다. 그러나 수차례 소환된 전씨가 자금 조성 사실을 일체 부인하는 데다 현금의 속성상 자백이나 제3자의 진술 없이는 사용처 규명에 접근조차 어렵기 더 이상 수사를이어가지 못했다. 지난달 말 특검에 출두한 이 의원의 경우, "유전 사건은 게이트가 아니라 전대월씨의 `사기극'이다"라며 관련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특검팀은 우여곡절 끝에 "이 의원이 개입했다고 의심할 만한 부분적 정황은 확인되지만 형사적 책임을 묻기에는 부족하고 결정적으로 허씨가 도피 중이어서 수사를 진전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결국 특검팀은 3개월간의 수사에도 관련자들 중 단 한 명도 사법처리하지 못한채 수사를 종료하게 돼 11억8천만원의 `국민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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