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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이 무섭게 하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25일 의미 있는 지지선인 1,380선 붕괴를 주목하면서 이와 연관된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기축통화 논란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 외화 차입 및 무역수지 큰 폭 흑자로 인한 외화사정 개선 등 주요 변수들도 우호적이어서 1,300원 하향 돌파 전망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역외세력 매도 물량 '폭주'=이날 환율이 1,380원 초반에서 등락했던 오후2시56분 전까지 역외의 움직임은 평범했다. 하지만 이후 1,380선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역외의 매도 물량이 폭주, 순식간에 1,363원으로 추락했다. 4분 만에 20원 이상 급락한 것. 시장에서는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했던 1,380선이 붕괴되면서 역외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 외국계 은행의 딜러는 "1,380선이 각종 차트상 1,300선보다 중요 레벨이었다"며 "상당 부분 차트에 의존하는 역외 입장에서는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역외가 1,400원 부근에서 대랑 매수에 나선 점도 손절매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6일 환율 급락도 전일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시장의 분위기가 식자 하루종일 역외의 매도 공세가 계속되면서 반등의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노상칠 국민은행 트레이딩 팀장은 "역외ㆍ수출업체 등 달러 보유세력의 매도가 폭주했다"며 "특히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하락폭이 커졌다"고 전했다. ◇시장은 환율 하락요인이 지배적=시장 주변 여건을 보면 온통 환율 하락 요인이다. 우선 글로벌 증시 안정세로 달러 등 안전자산선호도가 약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장기 국채 매입, 미 재무부의 부실자산처리 계획도 달러화 약세 재료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기축통화 논란으로 달러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매각 가능성을 들어 통화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채 입찰 경쟁률이 저조하다는 보도 역시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1.25달러까지 추락했던 유로화는 최근 달러 대비 1.35달러까지 치솟으며 연일 상승세다. 국내 사정도 호전되는 모습이다.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8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달러를 풀고 있다. 글로벌 증시 상승으로 자산운용사의 달러 매물도 나왔다. 최근 포스코가 7억달러 외화를 차입한 데 이어 농협 등 금융기관들의 외자조달도 성공리에 이어지고 있다. 3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최대인 45억달러로 전망되는 등 연간 흑자폭도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외환시장의 바로미터인 5년물 외화표시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5일 현재 3.53%포인트로 내려오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해외시각도 꽤 완화됐다. ◇1,300원 하향 돌파론 확산=대내외 변수가 우호적인 상황에서 환율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에서는 1,200원대까지 30원 남은 점을 고려하면 1,300원 하향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만약 1,300원을 깨고 내려가면 지난해 말 수준인 1,250원 근처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당분간 반등할 때마다 매도에 나설 방침"이라며 "글로벌 시장이 안정된다면 1,200원 진입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1,380원이 깨진 이상 지난해 말 수준인 1,250원까지 염두에 두고 매매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팀장은 "시장 예상보다 하락속도나 타이밍이 너무 빠르다"며 "환율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급하게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 팀장도 1,250원 수준까지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역외를 중심으로 한 손절매로 1,300원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1,300원이 붕괴되면 다음 지지선은 1,250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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