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2000년 ‘한국울산2000에베레스트-로체 원정대’ 대장으로 등정에 성공했던 김영문(사진) 남구의회 부의장는 등산 정치론을 폈다. 그는 “대장의 판단력은 대원들의 생사를 가름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냉철함에 냉철함을 더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산을 타는 일은 상황 ‘선택’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정치현실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당시 원정대는 한국에서 7월에 떠나 10월에 두 개 봉을 한꺼번에 정복했다. 같은 기간 내에 ‘하나도 오르기 힘든’ 험준한 두 개 봉 의 정상에 오른 것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였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이름은 늘 그 원정대와 함께 기억되고 있었다. 그런 그가 2002년 울산 남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지방정치에 첫발을 디뎠고, 2006년 재선에 성공해 지난 7월 남구의회 제4대 후반기 부의장 자리를 맡게 됐다. 김 부의장은 “산에 대해 애정이 깊은 사람은 대부분 밝고 맑은 사람들”이라며 “내 속에 있는 그런 청정함을 현실에 투영하고 실천해 보고 싶었다”며 정치에 뛰어든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정치인 이전에 오래 전부터 ‘산악인’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했던 김 부의장은 울산 최초 산악회인 ‘울산산악회’ 창설 멤버다. 산악인 정창수, 최문환 등이 당시 뜻을 함께 한 사람들이었다. 울산산악연맹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00년 등반 이외에도 유럽의 엘부르주, 남미의 아콩카구아 등 세계 대표적 고봉들을 오르는 원정대를 이끌고 정상 등반에 성공했다. 거의 대부분 대장으로 산에 올랐던 김 부의장은 “군 지휘관과 같은 대장은 적진에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모든 상황을 통찰해서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는 면에서 정말 힘겨운 싸움을 한다”고 말했다. 나아갈 때와 철수해야 할 때를 고심해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은 정상에 직접 오르는 것과 견줘 결코 그 고통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원의 되고 나서 산에 자주 오르지 못하고 있는 그는 “산공기를 못 마셔 숨쉬기 어려울 정도”라고 그 답답함을 웃으며 표현했다. 바쁜 일정도 일정이지만, ‘공인’이 되고 나서는 혼자 여유롭게 산을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내가 선택한 길이니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겠지요. 죽을 고비를 겪어도 산에 올랐던 행복함만이 기억에 남듯이, 현실정치의 어려움보다는 주민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울산=김정숙기자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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