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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과잉시대
입력1999-03-22 00:00:00
수정
1999.03.22 00:00:00
치고 받는 폭력으로 일관된 영화는 그래도 약과이고 사정없이 불을 뿜어대는 총구 앞에서 벌집이 되어 나뒹구는 시체 등 잔인한 장면에 아연실색할 때가 많다. 또 「벗는 장면」은 얼마나 많은가. 영화나 비디오 뿐만 아니라 신문·잡지·벽보 따위의 인쇄물에서도 그렇듯 선정적인 장면은 흔하디흔하게 목격된다. 거기에다 광고들도 크게 한몫한다.노출시킨 여자들이 격에 맞는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가만히 보면 아무 상품의 광고에나 노출시킨 여자들을 쓰는 듯싶다. 심지어는 아이들 과자 광고에서도 벗어젖힌다. 이렇듯 영상·인쇄 매체들에 의해 자극과잉시대가 돼버린지 오래이다. 그 결과 매일같이 보도되는 폭력·살인·성범죄 등이 자극과잉시대답게 끔찍끔찍하다.
이런 사건들은 차지하고라도 여러가지 우려되는 바가 많다. 일부 광고모델이나 연예인들의 옷을 모방한, 가슴과 엉덩이를 대담하게 강조한 옷들도 그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모방은 될수록 남의 시선을 끌겠다는 것이겠는데, 그렇게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놓고는 그 시선을 성희롱이니 어쩌니 하며 범죄시하려는 것은 또 무엇인가. 미끼 꿴 낚시를 드리우고 고기가 물지 않기를 바라는 낚시꾼이 어디 있는가.
또 언제부턴가 「섹시」가 여성들 매력의 으뜸으로 자리를 굳혔고 「터프」는 남성들 매력의 으뜸으로 간주되고 있음도 문제이다. 너도나도 성적·육감적인 여성, 거칠고 억센 남성이 되려고 기를 쓰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전동차나 버스 속 같은 데에서 듣게되는 말들 또한 우려되는 바 크다. 자극과잉시대의 언어답게 원색적이고 거칠기 짝이 없다. 교양미를 느끼게 하는 점잖은 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해 씁쓸하기까지 할 때가 많다.
엄연히 문맹자도 분간할 수 있게끔 지팡이를 짚은 노인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약화(略畵)까지 그려있는 노약좌석의 점잖은 표어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해 비워둡시다」는 자극과잉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아무런 전달력도 또 호소력도 없는 공염불일 따름이다. 어떤 자극적인 표어를 만들어 붙여야만 그 노약자석이 제 구실을 하게 될 것인지 전문 문인인 나로서도 이 자극과잉시대에 걸맞는 표어를 지을 수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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