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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도미노 막아라(사설)
입력1997-02-04 00:00:00
수정
1997.02.04 00:00:00
한보부도의 여파가 하루가 다르게 넓고 깊게 번져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사태는 부도의 확산이다. 정치권에 정태수 로비 리스트가 나도는 것처럼, 증시주변에는 부도날 30개 기업리스트가 밑도 끝도 없이 나돌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 부도율은 0.21%로 평월의 2배수준에 이르렀다.이같은 파장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것이긴 하나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고 방향도 예측불허인 것이 심상치않다. 이미 한보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도 나고 있고, 한보와 관련이 없는 중소기업들도 자금시장 경색으로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그중에는 문구업체인 마이크로 코리아, 컴퓨터회사인 한국IPC처럼 흑자부도를 내는 중견기업도 있다.
해외에선 한국의 은행들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 이같은 소문으로 인해 일본 도쿄의 금융시장에서는 한국계 은행들이 외화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이 파산해도 정부가 도와주지 않을 것」이란 청와대 경제수석의 말 한마디가 빚은 풍파라고 한다.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은행 청산때는 한국은행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 불은 껐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씻지는 못했다. 뉴욕이나 런던의 금융시장에서도 동요가 있다는 소식이다.
부도 도미노는 일차적으로는 은행들이 한보부도 여파로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하는데서 비롯된다. 한보부도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4조원의 긴급자금이 방출됐고 앞으로 2조원 정도가 더 방출될 예정이라고 하나 돈이 아무리 풀려도 은행권에서만 맴돌고 중소기업들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부도위기에 몰린다. 은행 돈을 쓸 수 없게 되면 사채의존도가 높아지게 마련인데 이를 반영하듯 사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한보에 물려서 신경과민 상태인 사채업자들 역시 조그만 루머에도 자금회수에 나서 기업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증시여건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보부도는 증시에 치명적인 악재여서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회사들은 기업의 회사채발행에 지급보증마저 꺼리고 있는 형편이다.
워낙 큰 부도사건이라 다소간의 금융왜곡은 피할 수 없을 것이나 정부가 이를 필요이상으로 증폭시켜서는 안된다. 정부의 책임자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언행을 신중히 하고 일관성있는 정책집행으로 업계의 불안감을 진정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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