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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자사이기주의 시장 망친다
입력1999-09-07 00:00:00
수정
1999.09.07 00:00:00
권홍우 기자
7일 금융계에 따르면 투신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사실상 무제한의 자금이 지원된다는 특별대책이 발표된 지난 주말 이후 실제로 자금이 집행된 사례는 한빛은행이 한국투신이 보유한 국공채·금융채 2,400억원어치를 직매입한 것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한국은행은 지난 3일 수익증권 환매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투신사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고 은행이 투신사의 보유채권을 사들인다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특별대책이 나오기 전 투신사·증권사를 지원한 조흥·하나은행의 실적을 감안해도 은행권을 통한 투신사 지원규모는 4,770억5,000만원(한빛은행 채권직매입분 포함)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의 투신사 지원이 저조한 것은 투신사들의 은행 직거래 기피 은행·투신사간 매매금리에 대한 견해차 자기자본비율(BIS) 하락을 의식한 일부 은행의 투신사 보유 회사채 매입 기피 정부당국의 채권시장 수급시기 조절 실패 등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투신사들이 은행과 1대1로 채권을 매매할 경우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투신사로 지목되기 쉽다는 점에서 은행과의 직거래를 피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에 보유채권을 내다팔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불필요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투신사일수록 은행과의 직거래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신사 보유채권을 은행에 맡기고 돈을 빌려가는 환매조건부 담보부채권(RP) 지원의 기준금리도 은행권의 주장대로 CD(7.42)금리+0.5%포인트가 원칙으로 정해진 후 일부 투신사들이 계속 콜금리(4.7%) 기준의 은행권 자금지원을 요구,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RP 지원의 경우 은행들은 담보채권에 이상이 생겨도 고객과의 분쟁을 피할 수 있는 소유권이전부를 주장하는 반면 투신사들은 담보부 방식을 고수, 실제거래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투신사 보유 회사채를 은행이 사들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실세금리대로 매입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투신사들은 현재 금리수준 자체에 거품이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보다 비싸게(낮은 금리로) 매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현수준보다 낮게 회사채를 사줄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투신사 보유 회사채의 대부분인 무보증채는 매입 자체가 어려운데다 매입하더라도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위험가중치 100%인 무보증 회사채를 인수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악화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은행·투신사간 직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채권수급도 시장금리 하락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투신사 지원특별대책의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되던 지난 6일 정부는 1조1,000억원의 국고채를 시장에 매각,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투신사 보유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을 흡수해버렸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들은 은행대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으로 채권매입을 꺼리고 있으며 투신사들은 비싼 가격만 고집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양측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는 한 시장금리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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