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움직임 연구소는 13일부터 인간의 움직임에 심상을 담은 ‘키네틱’(kinetic)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키네틱은 빠른 움직임과 그 안에 담긴 호흡을 즐기면서 내재된 함축적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색다른 공연이다. 관객들과 만나게 될 작품은 창작극 ‘휴먼 코메디(9/13~25)’와 게로르그 뷔히너의 ‘보이첵’ (9/27~10/3) 과 안톤 체홉의 ‘벗나무 동산’(10/5~9). 99년 초연 후 매회 매진을 기록했던 ‘휴먼코메디’는 ‘가족’ ‘냉면’ ‘추적’ 세가지 줄거리로 웃음과 눈물의 역설적인 만남을 연출해 낸다. 일상에서 건져낸 감동이 담긴 이 작품은 관객들을 미소로 시작해 폭소를 터뜨리게 하지만 마지막엔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사람들의 일탈행동을 웃음으로 넘기면서 정곡을 찌르는 통쾌함도 있다. 오랜 연습과 팀워크에서 나오는 연극적 진솔함과 웃음에 감동을 더한다. 무거운 러시아 연극무대를 벗어나 여러 종류의 의자로만 보이첵의 불완전과 권력자를 표현해 낸다. 화려한 의상도 무대세트도 없지만 권력의 횡포 앞에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상실을 마임과 이미지를 결합한 새로운 극언어 미마쥬로 연출했다. 안톤체홉의 ‘벗나무 동산’도 눈길을 끈다. 무대를 해방기 경북 안동으로 바꿔 한국 정서가 물씬 풍기는 서글픈 코미디로 관객들과 만난다. 12개의 긴 의자로 조합을 만들어 순간순간 무대의 새로운 공간을 표현하는 색다름을 느낄 수 있다. 안톤 체홉의 가장 완숙한 희극을 공간과 대화가 단절된 인물들의 일상을 전달한다.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 극장. (02)74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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