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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금융위기 분석] 아시아는 경제적 성공따른 희생자
입력1999-03-09 00:00:00
수정
1999.03.09 00:00:00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아시아 금융위기는 국제자본의 이동에 따른 불안정성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을 내놨다.9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담당했던 무디스의 크리스토퍼 마호니 이사는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가 공동으로 개최한「아시아 경제위기의 교훈과 대응」세미나에서 『아시아의 위기는 미숙한 금융운영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통상수준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국제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됐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분석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금융부문에 대한 관리소홀, 미숙한 위험관리, 도덕적 해이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왔다는 IMF등 서구사회의 의견과 대치되는 것이다.
마호니 이사는 또 『부실 은행, 기업의 폐쇄가 단기적으로 채권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며 『무리한 시장원리의 적용이 위기를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결함론의 함정
1년전만해도 아시아의 위기는 차입자의 경영미숙과 구조적 결함에서 온 「시장원리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은 부실한 금융시스템에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버블화된 부동산과 주식시장, 투명성 결여등 이른바 「아시아의 죄악」에 빠져 있었고 금융위기는 당연하다는 식의 해석이 정론이었다.
이같은 구조적 해석은 그러나 국제자본의 유출만을 설명할 뿐 그전에 발생한 자본유입은 설명할 수 없다.
금융위기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의 핵심은 세계 금융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 금융시스템은 자본자유화를 추진하면서 아시아 국가에 고정 혹은 준고정환율을 허용하므로써 이들 국가가 변동이 심한 국제자본 흐름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방치했다.
국제자본은 조그마한 자극에도 시장에서 발을 빼는데 이것이 아시아를 위기로 몰아갔다.
국제자본은 90년대초부터 아시아로 눈을 돌렸고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96년에 가장 많은 자본유입이 있었다.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에는 대규모 자본유입이 있었다. 한국과 멕시코가 OECD에 가입한 직후 위기를 맞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제규모에 비해 자본유입 규모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자 위기가 왔다.
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비난받기보다는 오히려 희생을 감수했다고 봐야한다. 정말로 아시아가 비난받을 상황이었다면 자본유입이 발생하지 않았어야 한다.
「아시아의 결함」보다는 「아시아의 성공」때문에 자본이 몰려왔고 위기가 온 것이다.
◇유동성 문제의 해법
마호니 이사는 『경제기초가 아무리 튼튼하더라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유동성이 풍부할 경우 부실한 경제기초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와 관계없이 유동성이 풍부했다면 외환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해법도 달라진다. 위기의 주요인이 유동성이라면 채권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야한다.
마호니 이사는 『지급불능 금융기관과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폐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채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오히려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채권자들은 그들의 돈을 빌려 쓴 은행이나 기업중 누가 살고 누가 없어질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책적 교훈은 시장원리의 적용보다는 급격한 자본이동의 위험성, 외환유동성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인식해야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취약성은 위기에 처한 국가뿐만 이나라 선진국에서도 나타난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은행이 취약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신뢰성이 있을 채권자는 채권을 굳이 회수하려 하지 않는다.
위기를 겪은 국가에서는 시장원리에 집착, 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이 명확치 않았다. 결론적으로 금융불안정성은 위기의 중요한 요인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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