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유전자 규명(JBC 게재), 장내 세균억제 효소 발견(사이언스 게재), 파킨슨병 발병과정 규명(네이처 게재) 등 국내 과학자들이 굵직한 성과를 거둔 연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초파리의 도움’에 힘입어 연구성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최근들어 난치병의 발병원인 규명이나 치료물질 개발에 초파리를 활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과일, 음식물쓰레기 등에 날아드는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초파리가 인간의 질병 정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초파리를 활용한 질병연구에 있어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가 있다. ◇인간 유전자의 70%는 초파리와 같다 = 초파리는 몸길이 2~3mm에 불과하고 전세계 약 2,000종, 한국에는 95종이 알려져 있다. 빛깔은 황색이나 검은색을 띈다. 초파리의 일생은 길어야 3개월에 불과하고, 알에서 성충이 되는 데도 15일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초파리와 인간은 유전자 가운데 70% 정도가 동일하다. 이 사실은 인간이 걸리는 병의 70% 정도는 초파리도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파킨슨병에 걸린 초파리도 인간처럼 운동능력이 저하돼 날개 짓을 할 수 없는 등의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초파리를 병에 걸리게 하는 등의 반복실험과 유전자조작을 통해 인간의 만성질환에 대한 연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예쁜 꼬마선충, 돼지, 쥐 등 다른 실험용 생물체에 비해 사육하기도 편리하다. 초파리 연구는 이와함께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유전정보, 형질 등에 관한 데이터 축적도 그 어느것보다 잘돼 있다. ◇형질 전환 초파리 2만5,000여종 보유 = 초파리 연구가 시작된 미국과 우리나라의 연구수준은 거의 같다는 평가다. 연구인력도 적고, 역사도 짧은 우리나라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집중력이다. 지난 2000년 카이스트 교수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벤처기업 제넥셀(대표 김재섭)은 3년간 70~80명의 연구인력을 투입, 2만5,000여종의 유전자 형질 전환 초파리에 대한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풍부한 자료는 초파리를 통한 질병연구에 바탕이 되고 있다. 카이스트 정종경교수팀의 파킨슨병 연구에서도 이 라이브러리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관돼 있던 ‘핑크 1 유전자가 고장난 초파리‘가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배윤경 제넥셀 상무는 “현재 테크닉적인 면에서 있어서는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저변은 넓지 않지만, 집중적인 투자와 카이스트와의 연계 연구라인을 구축함으로써 활용면에서도 앞서고 있다” ◇만성질병 등 연구활용 범위 넓어= 일반적으로는 초파리를 활용한 질병연구는 질병 유전자 발굴-기능 연구-치료제 개발 등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초파리를 통해서 암, 파킨슨 등 대부분의 질병에 대해 전임상 단계의 실험을 실시 할 수 있다. 특히 초파리는 짧은 라이프사이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질병의 진행속도가 늦은 신경성 질환, 만성질환 연구에 매우 효과적이다. 현재 제넥셀과 카이스트의 공동연구가 활발하고, 원자력병원, 방사선보건연구원, 충북대 등도 초파리를 활용한 질병연구를 진행중이다. 비용측면에 있어서도 쥐 등을 활용했을 때에 비해 10분1 이하로 매우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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