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관계자는 31일 KB국민카드 측을 만나 복합할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1.0%로 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카드는 "1.75% 밑으로는 해줄 수 없다"고 맞섰다.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놓고 최후 협상을 하고 있는 현대차와 KB국민카드는 입장 차가 워낙 커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양측 관계자의 만남도 30분 만에 끝났고 협상 기간 연장도 불발됐다. 다만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복합할부와 관련해 "소비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결제 중단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그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양측의 입장 차이=이날 현대차가 밝힌 수수료율 1.0%는 지금까지 알려진 0.7%보다 0.3%포인트 양보한 것이다. 현대차는 복합할부에 대해서만 별도로 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KB국민카드는 복합할부를 포함한 전체 카드 결제에 대한 수수료율(1.85%)의 조정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요청에 복합할부 수수료율만 따로 적용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1.75%가 적정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너무 크다. 현대차는 복합할부는 일반 카드와 달리 고객이 카드로 결제하면 바로 캐피털사가 돈을 넣어줘 위험 부담이 적은 만큼 수수료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카드사는 비용이 조금 적게 들 뿐이어서 추가인하 여지가 많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KB카드는 복합할부나 일반 카드 결제나 모두 1.85%의 수수료를 현대차에서 받고 있다.
현대차는 특히 복합할부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그냥 할부(캐피털사)로 하면 될 것을 중간에 카드 결제를 끼워넣어 자동차 판매사가 카드사에 불필요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내부적으로는 복합할부 금융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복합할부를 옥죄면 중소 금융사가 수익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개입 수순 밟을 듯=업계에서는 KB카드의 현대차 카드 결제 중단 문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카드로 현대차에서 사용한 실적이 4,000억원인데 고객들이 평균 1,000만원씩만 카드로 결제했다고 가정해도 약 4만명이 KB국민카드로 현대차를 산 셈이다. 카드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객 불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강력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협상 시한을 늘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법정공방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적정 수준이 아니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주요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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