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9월16일, 캐나다 몬트리올. 24개 국가가 모여 협약을 맺었다. 골자는 염화불소탄소(CFCs)와 할론가스 배출량 감축. 날로 파괴되는 오존층 보호를 위해서다.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로 불린 이 협약의 결과는 대성공. 선진국은 오존층 파괴물질의 95%를 없앴고 개발도상국도 나라별로 50~70%까지 줄였다. 가입국도 196개국으로 늘어났다. 오존층도 되살아나고 있다. 사실상 전세계가 동참한 이 의정서를 두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국제협력'이라고 평했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CFC와 할론가스가 지구를 데우는 온실가스라는 사실이 뒤늦게 과학적으로 밝혀지며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덤도 얻었다. 의정서 덕분에 지구 온난화가 12년 지연됐다는 분석도 있다. 성공의 최대 원인은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기업의 반대를 물리치고 환경규제를 강화해 의정서 가입국 확산을 이끌었다. 오존층 파괴는 간신히 막았지만 지구촌은 새로운 문제를 맞고 있다. CFC의 대체물질로 등장한 수소염화불화탄소(HCFCs)가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밝혀졌으나 대책으로 마련한 교토 의정서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부시 행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중국ㆍ인도 등의 반대 탓이다. 문제는 우리다. 오염물질 배출 증가량이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많다. 올해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국제 규제대책의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냐 고탄소 회색성장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가운데에서도 각국은 저만큼 앞서 달리고 있다. 세계 탄소시장의 거래규모는 내년 중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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