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85는 15분의 숙고를 거친 결단의 수였다. 백86이 눈에 뻔히 보이는 마당에 85를 두다니. 백86이놓이자그위쪽흑5점은 거의 숨이 넘어가게 되었는데…. 다소 무모해 보이는 흑85에는 이유가 있었다. 위쪽 흑 5점의 안전을 돌보자면 참고도1의 흑1로붙이는 사석작전을 펼 수밖에 없다. 백8까지를 응수시키고 선수를 뽑아 우변을 키우는 것인데 과연 그것으로 승산이 있을까. “그것으로는 계산서가 안 나온다 이거겠지?”서봉수가 묻고 윤성현이 대답했다. “손해를 먼저 보고들어가는 작전이라서 내키지 않았을 거예요.”흑89로 끊었다. 이 방면의 백진을 초토화 할 수 있다면 위쪽 흑5점을 포기해도 좋다는 계산이다. 백90은 모양을 급박하게 결정짓겠다는 수. 해설실의 윤성현은 참고도2의 백1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것이면 흑은 2에서 6으로 활로를 모색하게 될 것인데…. “못 살 것 같아요.”루이9단이 하는 말이다. 이창호 역시사는 수가 없다고 보았는지 실전보의 97로 젖혀 버렸다. 이방면에서선 수를 뽑아 가에 막을 수 있다면 흑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백이 계속해서 기분을 냈는데….”입맛을 다시는 서봉수. 기분은 냈는데 실속이 의외로 적어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