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 흥행 대신 작품성 중시 등 변화 바람<br> 블록버스터 퇴조… 비주류 독립영화 작품 두각<br>물량공세 벗어나 참신한 소재 경쟁 치열해질 듯
|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배경으로 인종문제를 다뤄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크래쉬’의 한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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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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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즈 위더스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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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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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가 변했다. 물량공세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주류 영화계에 조심스레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할리우드의 변화는 우리 영화시장의 판도에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8회 아카데미영화제 영예의 최우수작품상은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에게, 감독상은 동양계로는 처음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크래쉬는 특히 각본상과 편집상도 함께 수상, 노른자 트로피 3개를 거머줬다. 남우주연상은 만년 조연 꼬리표를 뗀 ‘카포테’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여우주연상은 ‘앙코르’의 리즈 위더스푼이 차지했다.
올해 변화의 화두는 단연 ‘인디영화’였다. 동성애, 인종문제 등 미국 내에서 첨예한 정치ㆍ사회적 문제를 다룬 독립영화들이 두각을 보인 반면 소니, 20세기폭스, 워너브라더스 등 메이저 영화사 영화는 주요 수상명단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지난 수년간 자국 내에서 흥행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블록버스터 역시 아카데미는 철저히 외면했다.
▦변화하는 할리우드=조심스럽지만 변화는 분명하다. 할리우드 주류인 블록버스터는 이제 기술로서만 인정받았다. ‘킹콩’이 수상한 음향편집상, 사운드믹싱상, 시각효과상이나 ‘게이샤의 추억’이 받은 의상상, 미술상, 촬영상 등이 그 단적인 예다.
지난 수년간 작품성과 흥행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던 아카데미가 동성애, 인종문제 등 그간 꺼려해 온 비주류성 작품에 대거 손을 들어준 것은 이색적이다. 실상은 보수적인 아카데미협회가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방패막이로 이런 영화들을 내세운 경향도 없지 않다. 최근 칸, 베를린 등 유럽의 주요 영화제들이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정치적 문제를 다룬 영화들에 상을 몰아 준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아카데미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흥행 재미를 못 보고 있는 블록버스터를 배제한 것도 역시 정치적 이유를 고려해 봄 직하다. 그 어느 때보다 전세계적으로 반미 감정이 높은 상황 속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작품성 있는 비주류 영화들을 대거 내세워 할리우드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게 하려는, 미국 주류 영화계의 새로운 세계 공략 작전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외화시장 판도는=어느덧 국내영화시장의 ‘비주류’가 된 할리우드. 그 할리우드의 변화는 분명 국내 영화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계속 추락해가는 한국내시장의 외화 점유율을 이대로 지켜볼 할리우드가 아니다. 한국영화의 성장은 국내 뿐 아니라 한류 열풍으로 아시아 전역에까지 퍼지는 막강한 문화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국이 지난 수년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스크린쿼터 축소도 이미 완료된 상황이다.
당장은 국내에서도 작품성 있는 할리우드 작품이 시장에 선보일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이런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외화는 색다른 눈을 가졌다’는 긍정적 인식을 관객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외화 시장의 파이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할리우드의 변화가 자국 영화시장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듯, 국내에서 역시 이런 영화들이 변방으로 밀려난 외화를 다시 중심부로 끌어들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수 년간 한국영화가 관객들에게 쌓아 온 신뢰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창출한 새로운 관객층은 10~20대가 아닌 그 동안 극장을 찾지 않았던 30대 이상이 다수고, 이들은 정서에 부합하는 우리 영화에 더욱 호응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결국 작품성이다. 아직도 많은 우리 영화가 물량공세에 기대는 이 순간, 할리우드 주류는 새로운 소재와 참신한 작품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스카 수상작품·수상자
▦최우수작품상=크래쉬 ▦감독상=리안(브로크백 마운틴) ▦남우주연상=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카포테) ▦여우주연상=리즈 위더스푼(앙코르) ▦남우조연상=조지 클루니(시리아나) ▦여우조연상=레이첼 와이즈(콘스탄트 가드너) ▦최우수애니메이션상=월래스 앤 그로밋 ▦각본상=폴 해기스(크래쉬) ▦미술상=존 마이어(게이샤의 추억) ▦촬영상=디온 비비(게이샤의 추억) ▦편집상=휴스 윈본(크래쉬) ▦외국어영화상=토치 ▦음악상=구스타보 산타올라라(브로크백마운틴) ▦장편 다큐멘터리=펭귄-위대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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