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 우리 기름] 자원민족주의를 헤치고 국내업체, 브라질서 외국사론 첫 원유 생산SK, 美 데본에너지와 BM-C 8광구 광권 획득남미 자원국유화 바람속 올 7월부터 본격 생산지분 40%달해 하루 확보 물량만 2만 배럴 자네이로(브라질)=박태준 기자 june@sed.co.kr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 코파카바나 해변 근처의 한 뷔페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100여명은 돼 보이지만 흑인은 단 한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브라질로 이민온지 20년이 넘었다는 수출입은행 현지직원 우경식씨는 “이 곳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무직원들인데 흑인들 중 제대로 교육을 받아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귀뜸 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서자마자 흑인 소년 두명이 다가와 “1헤알(한화 약 430원)만 달라”며 구걸을 한다. 남미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목격할 수 있다는 심각한 빈부의 격차. 지난해 남미 각국에 들어선 좌파정권과 그들이 주장한 ‘자원민족주의’의 배경에는 이런 부의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다. 생산된 자원의 소유권을 넘겨 받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남미 자원국유화의 한 배경이다. 지난해 봄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자원 민족주의’는 남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베네수엘라가 이탈리아 에니사와 프랑스 토털사가 운영하던 유전 두 곳의 지분 전액을 몰수하고, 한달 뒤인 5월1일 에고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제 외국회사의 천연자원 약탈은 끝났다”며 ‘석유ㆍ가스 자원 국유화법’에 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공사가 3,3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14%를 취득한 베네수엘라 오나도 광구의 지분이 5.6%로 줄어드는 등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남아메리카 대륙에 불어닥친 자원 민족주의 열풍의 기세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경하 수출입은행 상파울루 사무소장은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이 외국 자본의 투자가 있어야 자원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원민족주의는 한계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볼리비아 천연가스 생산의 46%를 담당하고 있는 브라질 국영석유사 페트로브라스는 볼리비아가 자원국유화 조치를 취하자 볼리비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전면 취소했다.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사의 CFO 알미르 바르바사씨는 “자원국유화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외국인의 투자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 하는 먼거리, 문화적 이질감과 불안한 치안, 게다가 자원민족주의의 위협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남미 대륙에서의 자원개발은 브라질에서도 진행 중이다.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동쪽 해상으로 250킬로미터 떨어진 BM-C 8광구. SK㈜는 미국 데본에너지와 함께 지난 2000년 9월 이 곳의 광권을 취득해 지분 40%를 갖고 있다. 광구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5,600만 배럴의 매장량을 확인, 올해 7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다. 브라질에서 외국 사업자들이 탐사를 개시해 생산 단계까지 이른 것은 BM-C 8광구가 처음이다. 생산 개시 후 SK㈜가 확보하는 일일 생산 물량은 2만 배럴. SK가 전 세계에서 확보한 광구의 일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확인된 매장량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취득한 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것은 8광구 내 잔여 탐사 지역. 8광구 시추선에 올라 탐사 작업을 감독중인 안형진 SK㈜ 대리는 “최근에 잔여 탐사 지역의 시추공 2기의 작업을 마쳤다”며 “시추공 1기에서는 원유를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1기에서는 원유를 발견했지만 생산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망망대해에서 시추공으로 원유의 존재 여부와 생산성을 확인하는 작업은 피를 말릴 만큼 긴장되는 작업”이라며 “바다 한가운데에서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필요 인력이 제 때 오지 않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SK는 BM-C 8광구 외에 BM-C 30및 32광구 개발 프로젝트에도 미국의 데본 에너지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고 있다. 현재 탐사 작업이 한창이다. SK는 앞으로도 브라질 원유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BM-C 8광구의 상업 생산으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창수 SK㈜ 부장은 “브라질 해안은 아프리카 해안의 유전지대와 지질층이 같아 상업 생산이 가능한 대형 유전 개발의 기대가 높은 곳”이라며 “올해도 광구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르바사페트로브라스 CFO "자원국유화, 브라질선 없을것" "원유개발, 리스크 커 합작 선호 한국기업도 참여 기회 많을것" 브라질은 자원 부국답게 석유나 천연가스외에 광물 보유량도 세계 수위를 다투는 국가다. 특히 국내 기업들에게 주목 받는 것은 철광석. 267억톤의 매장량은 세계 순위 5위를 자랑한다. 따라서 국내 철광업체들이 속속 브라질 철광석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포스코는 브라질 광업회사인 CVRD와 합작으로 철강원료 생산회사인 코브라스코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또 동국제강은 첫번째 해외생산 프로젝트의 하나로 2005년12월 세아라스틸이란 브라질 현지 슬라브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 연간 150만톤의 슬라브를 생산해 전반인 75만톤을 국내에 들여와 조선용 후판을 만들 계획이다. LG니꼬는 CVRD와 합작으로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서 동 광산 개발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투자 예상액은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7억달러 수준. 연간 생산량 가운데 16만톤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한다. 박동형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장은 "국내 기업들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도 브라질의 고품질 철광석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곳 자원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박 관장은 "제련기술이 뛰어난 우리 기업과 브라질 원료생산업체가 전략적 제휴 및 합작투자 설립을 통한 원자재 확보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01/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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