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은 미국의 대외경제정책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산업계도 오바마의 공약 등을 놓고 업종별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5일 KOTRAㆍ한국무역협회 및 산업계는 오바마 취임 이후 경기침체 극복과 노동 및 환경 기준 강화를 구실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특히 자동차ㆍ철강ㆍ섬유 등의 업종은 대미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정보기술(IT)ㆍ신재생에너지ㆍ제약산업 등은 수출확대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KOTRA는 이날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한국 산업 중 자동차ㆍ철강ㆍ섬유 업종은 노란불이 켜졌다”고 경고했다. 이 중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1등 품목인 자동차산업은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는 미국 제조업의 상징격인 ‘빅3’ 등 자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수립할 계획이며 공화당 정권하에서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자동차 부문에 문제가 있음을 집중 지적했다. 미국의 자동차산업 평론가 스티븐 발라스는 KOTRA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차 판매 감소와 금융위기에 따른 자동차 할부금융 부실로 미국 차 산업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오바마 정부는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강화할 예상이라 한국 차량의 수출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자동차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정부는 한미 FTA 이행법을 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미국 자동차 업계의 불만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한국의 차 부품업체는 미국 빅3 업체와 거래를 뚫어야만 새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강ㆍ섬유도 보호무역 강화 때는 타격=철강과 섬유 업종도 긴장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미국 노동자층이 외국산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가장 많이 본 것으로 인식하는 업종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들 분야의 주요 타깃은 중국산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곧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섬유업계는 특히 중국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지에서 임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한국 의류업체들이 오바마의 통상정책 전개 양상에 따라 예상 밖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섬유기업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집권 초기에는 미국 섬유업체, 관련 조합 및 협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보호무역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러나 월마트 등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연합회 등의 대정부 로비도 만만치 않게 전개될 예상이라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ITㆍ제약 등은 수출확대 기회=그러나 ITㆍ전력기자재ㆍ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오바마 집권 이후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OTRA 측은 “이들 분야에 미국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국내 관련 기업에는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는 이미 미국 전역에 차세대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건설한다고 공약했고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구제금융법안에는 신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연장안이 포함돼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대적인 전력공급시설 확충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바이오디젤의 25%를 생산하는 리뉴어블에너지그룹의 제프 스트로벅 회장은 “오바마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면서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동향을 파악해 미국 연구소 및 관련 기업과의 협력방안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바마가 급증하는 의약품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가 신약들에 대한 가격인하와 저가의 제네릭의약품 처방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업계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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