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 사비까지… 재형저축 충격 실태
[파이낸셜 포커스] 끊이지 않는 은행 재형저축 왜곡 판매직원 사비 보탠 '3만원 통장' 자폭영업 횡행'1만원 통장' 금지 빗겨가기… 경품제공에 꺾기도
이유미기자 yium@sed.co.kr
신무경기자 mk@sed.co.kr
직장인 김우영(32)씨는 14일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창구 직원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재형저축에 가입했다. 사실상 '꺾기'였다. 1만원짜리 재형저축에 가입한 김씨에게 창구 직원은 수차례 '감사하다'고 말하며 치약 2개를 사은품으로 건네줬다. 이어 "재형저축 가입고객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하는 경품 행사를 진행하니 추후에 당첨 여부를 확인해보라"고 '친절하게'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재형저축 과열경쟁을 자제하라고 시중은행에 경고했던 것이 11일. 하지만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재형저축 고객 유치를 위한 경품제공과 꺾기 등 왜곡 판매가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적 올리기를 위한 '1만원 통장'을 정리하라는 당국의 지침을 피하기 위한 눈 가리기 식 영업도 등장하고 있다.
A시중은행은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재형저축 가입 금액을 3만원 이상으로 설정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1만원 통장에 대한 은행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후 은행 영업점 재형저축 실적을 3만원 이상 통장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당장 지갑에 현금이 없는 고객들에게는 은행 창구 직원이 사비를 보태 3만원을 채워주는 '자폭 영업'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중은행에 대한 민원이나 제보가 접수되면 즉시검사도 나갈 예정"이라며 강경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형저축 왜곡 판매에 매진하고 있는 데는 재형저축 판매 2주차에 접어들면서 고객들이 관망세를 형성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6일 출시 첫날에만 모두 27만9,000좌가 판매됐던 재형저축은 이번주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입 실적이 크게 줄어들었다. 현재 업계 추산 11일과 12일 시중은행 전체 재형저축 신규 가입좌수는 8만좌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최근 금융 당국이 7년 동안 고정금리가 유지되는 완전고정금리상품의 출시를 시사하면서부터다. 아울러 아직 재형저축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산업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재형저축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든 반면 지점에서는 실적에 대한 압력이 심해 어쩔 수 없이 무리수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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