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이명박 정부의 역점 국정과제인 녹색성장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세탁소ㆍ연탄공장 등 사양산업에도 정책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책금융공사의 정책자금 집행이 지역별로 수도권ㆍ영남권,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정무위가 지난해 10월 설립된 정책금융공사에 대해 19일 처음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녹색산업 및 신성장동력 산업 지원자금 2조5,090억원의 일부를 세탁소, 연탄공장, 플라스틱 도매업, 연사(실을 꼬는 공정) 가공업 등에 대출해준 점을 문제 삼았다. 배 의원은 "다소 신용이 낮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녹색산업에 대한 지원인데 절대적 사양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 부실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한 연탄제조 업체의 경우 10억원의 지원금을 받기도 해 대출 기준의 신뢰성이 의심 받고 있다. 정부가 녹색금융 선도기관으로 선정한 정책금융공사는 오는 2015년까지 총 녹색성장(42조원), 중소 중견기업(32조원), 사회간접자본ㆍ지역개발(26조원) 등 총 100조원을 온랜딩 방식(은행 등 금융사가 중간에서 심사 및 사후관리)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출금은 수도권과 영남이 94.3%를 차지하고 있어 지역편중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배 의원 자료를 보면 9월 말 현재 수도권 9,242억원(47.6%), 영남 9,062억원(46.7%)으로 두 지역 합계가 90%를 훨씬 넘는 등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반해 충청 581억원(3.0%), 호남 453억원(2.3%), 강원ㆍ제주 65억원(0.4%)으로 지역편차가 심각했다. 배 의원은 "특정지역에 대한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다른 지역의 은행도 자금지원을 독려하라"고 당부했다. 정무위 소속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정책금융공사가 대기업에 편중된 대출과 투자지원을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정책금융공사의 9월 말 현재 기업 규모별 대출과 투자지원 현황을 보면 전체 지원액의 68.5%(2조127억원)가 대기업에 지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2008년 현재 국내 10대 그룹의 현금자산 보유액이 42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에 정책자금이 집중 지원되는 것은 재원의 효율적 배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경우 LG그룹 4,253억원, 한진그룹 2,880억원, 삼성그룹 2,300억원, 동부그룹 2,200억원, 하이닉스반도체 2,000억원, 현대그룹 1,743억원 등 6대 그룹에 1조5,367억원(52.3%)이 지원됐다. 조 의원은 "해외 정책금융 기관들은 중소기업과 지역개발에 역점을 두고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정책금융공사의 지역 간 차별적 재원배분이나 대기업에 편중된 지원, 지역개발 및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소홀 등은 설립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소속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정책금융공사의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올해 2월 경력직원 51명을 선발하면서 산업은행 출신 14명을 제외하고 사실상 외부 경력직 채용인 37명 중 6명이 한나라당 출신이라고 밝혔다. 당시는 정책금융공사가 산은에서 분리된 뒤 첫 경력직 채용이었으며 3,563명이 몰려 70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의 평균연봉은 7,000만~1억원 수준이다. 여당 소속으로 국회에서 일한 인사들이 피감기관으로 이직하는 경우여서 전문성과 공정성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