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당분간 요금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재무건전성 3대 원칙인 △이자보상배율 1.0배 이상 △부채비율 200% 미만 △당기순이익 흑자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요금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원가검증'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부분적으로 요금인상이 뒤따를 것임을 내비쳤다.
27일 공개된 정상화 대책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와 수자원공사·코레일·도로공사 등은 오는 2017년까지 요금인상을 통해 총 3조8,000억원의 부채감축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했다. 항목별로는 전기요금이 2조원으로 가장 크고 도로(8,000억원), 철도(7,000억원), 수도(3,000억원) 순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요금인상을 통한 부채감축 효과는 이번 대책에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전 등 주요 공공기관은 지난해 일제히 공공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3조8,000억원은 지난해 요금인상에 따른 수입상승 효과를 의미한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정부가 요금인상을 먼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요금인상에 앞서 △재무개선을 위해 요금인상이 반드시 필요한지 △원가검증은 철저히 이뤄졌는지 △서민부담을 경감할 대책은 무엇인지 등 3대 원칙을 먼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요금이 오르더라도 일정 수준에서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요금인상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국민경제와 같이 고려될 사안"이라며 "인상이 논의되더라도 원가가 그대로 요금에 반영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요금인상 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이 90%대에 불과하고 나머지 공공요금은 8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요금인상 없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원가보상률은 전체 수입을 총괄원가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물건을 팔수록 적자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원가보상률이 100%에 근접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공공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그 부담을 후대에 넘기는 것과 같아 이를 가깝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원가보상률 산정 시스템은 신뢰도가 낮아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교수는 "공공기관이 원가와 관련한 정보를 모두 장악하고 있어 이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조세재정연구원 내에 공공기관연구센터를 마련해 본격적인 원가검증에 나섰으나 인력 등이 부족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원가에 연동해 요금이 결정되는 현 요금체계도 손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는 공공기관이 원가를 내리는 데 성공할 경우 요금도 같이 인하되도록 설계돼 있어 원가절감에 나설 유인이 약하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