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와 계열사의 연결 고리가 사실상 끊어지고, 강덕수 회장은 STX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STX 주식의 전량 처분 계획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에 ㈜STX 지분 매각과 관련한 의견을 조회했으며, 금감원은 '팔아도 문제 될 게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 측은 우리은행에 ㈜STX 주식 653만주(지분율 10.8%)를 담보로 맡기고 ㈜STX의 모회사 격인 포스텍의 자금을 빌린 상태다.
그는 주식 처분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백의종군'하기로 했으니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사주 매입 의사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이 ㈜STX 지분을 처분하려는 것은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와 STX조선해양·중공업·엔진 등에 대한 감자와 출자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실사 결과가 나오면 경영 부실의 책임을 물어 완전 감자를 단행, 대주주 지분을 없애거나 지분을 대부분 희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새 주당 1만원대에서 2천원대로 주저앉은 ㈜STX 주식은 감자로 사실상 '휴짓조각'이 된다. 따라서 추가 손실을 줄이려면 '손절매'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STX 주식 250만주를 담보로 잡은 한국증권금융도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시스템에 맞춰 지분율을 최근 급격히 줄였다.
우리은행과 증권금융이 담보로 잡은 ㈜STX 주식을 모두 팔아치우면 올해 초 39.6%이던 강 회장의 ㈜STX 지분은 7.4%로 쪼그라들고, 이마저도 감자로 사라진다.
지배구조의 정점인 ㈜STX 지분 매각과 계열사 감자로 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STX는 STX조선해양 지분 30.6%, STX팬오션 지분 27.4%를 보유했다.
이후 구조조정은 각 계열사의 시장 가치와 회생 가능성 등에 맞춰 '각개전투' 식으로 진행된다. 계열사와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STX는 오는 7월께 실사를 마치고 감자를 단행, 채권 비율에 따라 채무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심점을 잃고 쪼개진 조선해양·중공업·엔진은 자율협약 또는 법정관리, 팬오션은 산은이나 사모펀드(PEF)의 인수, 에너지는 제3자 매각이 추진된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STX는 감자와 출자전환이 확실시된다"며 "대주주 지분은 없애고 소액주주 지분은 통상 5대 1에서 10대 1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지배력을 상실하는 강 회장에게 남는 건 포스텍 지분과 자택 정도가 된다. 그나마 포스텍 역시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 ㈜STX와 같은 운명이 될 공산이 크다.
포스텍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3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는 내용으로 채권은행들에 계획안을 돌렸다.
애초 포스텍이 요청한 700억원에서 절반 이하로 삭감된 금액이다. 포스텍의 자율협약 여부는 이달 초 정해진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