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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삶 그리고] 박은관 시몬느 회장

잘 만들고 디자인·가격까지 만족시키면 "승산있다는 확신 적중" <br>DKNY·셀린느 등 명품브랜드에 핸드백 공급 "힘들어도 모든 것 직접 준비하는게 창업자정신"




“캔버스는 작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색으로 칠하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그 만큼 성취감도 큽니다.” 미국의 ‘코치’, ‘DKNY’, ‘마이클코어스’를 비롯해 ‘셀린느’ 등 유럽의 명품 브랜드에 핸드백을 공급하는 박은관(51) 시몬느 회장. 박 회장은 자신이 30년 가까이 몸 담아 온 패션 핸드백이라는 업종에 대해 이 같이 정의했다. 부친이 원양어업을 크게 하던 터라 가업의 승계가 약속(?)됐던 박 회장은 ‘오너 아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회사를 물려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단 3년이라도 사회 밑바닥 생활을 해 보겠다”며 부친을 설득, 월급쟁이에 나섰다. 80년 연대 독문과를 졸업한 박 회장이 인연을 맺은 곳은 선배가 경영하는 ‘청산’이라는 핸드백 수출업체. 원할때는 정장대신 캐주얼을 입게해달라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 ‘당당히’입사한 신입사원 박은관은 입사 1년 6개월만에 대리를 달더니 입사 4년차에 부장 직함을 다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의 이런 경력은 입사할 당시 600만달러였던 청산의 수출실적을 6년여만에 8,000만달러로 10배 이상 늘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할만큼 탁월한 재능을 보였기에 가능했다. 해외영업부장을 맡고 있던 박회장은 87년 당시 청산의 수출물량 중 70%를 구매하던 대형 바이어인 리즈 콜레이본의 비중축소를 추진했다. 새로운 바이어로 박회장이 찾아 낸 곳은 미국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에스프리. 그러나 며칠 후 리즈로부터 ‘협박 아닌 협박’이 날라왔다. 에스프리에게 양다리를 걸치면 주문량을 줄이겠다는 것. 이 때 에스프리측은 박회장이 직접 회사를 차리면 되지 않느냐는 제안에 창업에 나섰다. “특히 정회장이 당시 망설이는 저를 독려하면서 사업이 성공하려면 실력, 자금력, 타이밍 이 세 가지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그 시점이 제가 회사를 창업할 절호의 기회라고 하더군요.” 당시 34세의 박회장은 87년 6월 영등포에 ㈜시몬느를 차렸다. 박회장은 고가시장 공략을 택했다. 그는 일류 바이어를 잡아야겠다고 결심, ‘도나카란 뉴욕’을 공략 대상 1호로 삼았다. 박회장은 “장사는 어떻게 보면 전쟁과도 같다”면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공략해 이기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정상을 허물어 뜨려 기선을 제압해 승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도나카란 뉴욕을 공략하면서 택한 방법은 후자였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최고급 원자재를 구매한 후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장인들의 손을 빌려 10여개의 샘플을 만들어 이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도나카란 뉴욕의 구매담당자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만든 제품보다 가격은 40%나 싸면서 품질은 비슷하다는 점에 매료하면서도 ‘한국산’이란점에 주저하고 있었다. 박회장은 그러나 이탈리아가 여름휴가가 한 달이나 되지만 한국은 휴가가 짧아 생산이나 납기에서 뛰어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원하면 몇 번이나 수정해서 다시 보낼 만큼 끈질긴 성실성을 갖고 있다고 설득, 120개의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는 시몬느의 사활이 걸렸다는 생각에 4만 달러어치 원부자재를 사서 제품을 만들어 보냈고 그 제품이 히트를 쳐서 결국 도나카란은 차츰 시몬느에 구매 물량을 늘리다가 급기야 총 물량의 50% 이상을 안겨줬다. 도나카란 뉴욕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놀라운 실적을 올리자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 등에서도 주문이 쏟아졌다. 박회장은 “잘 만들고(well-made), 디자인이 좋고(well-design), 가격이 좋은(well-price) 세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내년으로 창업 20년을 맞는 박회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재료를 직접 구해 다듬고, 깎아 내 상을 번듯하게 내놓는 것이 바로 창업자의 정신자세다”라고 강조했다. ●시몬느는 어떤 회사-中·印尼 4개공장서 핸드백 年1,200만개 생산 시몬느는 핸드백 기획, 소재 및 디자인 개발, 공급에 이르는 전 서비스 시스템을 제공하는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 업체다. 현재 미국의 ‘코치’, ‘DKNY’, ‘나인웨스트’, ‘콜한’, ‘케이트스페이드’, ‘마이클코어스’, ‘주씨꾸띄르’, ‘파실’을 비롯해 내로라 하는 유럽 명품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본사는 샘플 개발 라인을 보유, 바이어와의 미팅을 통해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중국 꽝저우ㆍ칭따오ㆍ라쩌우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4개의 제조 공장을 통해 연간 1,200만개 가량의 핸드백을 생산하고 있다. 대신 모든 제품의 최종 검수 과정은 반드시 한국 본사를 거치도록 돼 있어 바이어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시몬느는 ‘글로벌 패션 컴퍼니’로의 도약을 위해 올해 설립한 ‘시몬느 패션 컴퍼니(SFC)’를 기반으로 오는 9월께 내수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 그 일환으로 미국 명품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브랜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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