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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에 위탁했던 투자 금액을 전액 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글로벌 본사가 한국법인 철수를 결정하자 국내 주식과 채권 부문 위탁운용 계약을 해지하고 자금을 전액 환수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지난 13일 한국 철수를 결정하며 국내 운용업계에서 떠날 의지를 보인 만큼 위탁운용 자금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사학연금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에 위탁했던 금액을 전액 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골드만삭스운용에 투자한 금액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투자일임자산(AUM)이 4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맡긴 금액은 국내 채권 부문에서 최대 2,000억~3,000억원 정도이고 주식 부문은 그 보다 더 적을 것"이라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 최대 기관투자가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발을 뺀 것은 골드만삭스에 적잖은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3일 미국 출장 당시 골드만삭스 관계자들과 점심 약속이 예정돼 있었지만 골드만삭스의 한국 철수 소식을 듣고 약속을 취소했으며 이후 면담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악화되자 마이클 에반스 골드만삭스그룹 부회장은 26일 국민연금을 직접 방문해 한국 철수에 대해 해명하고 앞으로 투자은행(IB) 등 한국 내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부문에서도 골드만삭스와의 위탁운용 계약을 해지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위탁운용사 중 하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기본 방침은 한국 운용업 발전을 위해 기여한 외국계 운용사와 일하는 것인데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그렇지 못했다"며 "정확히 예단할 수 없지만 해외 위탁 운용 계약도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ING자산운용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ING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위탁운용사지만 최근 네덜란드 ING본사가 한국 자산운용 사업부를 매각하고 한국시장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ING자산에 위탁한 자산규모는 2조원대로 알고 있다"며 "ING자산운용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국민연금이 위탁금액을 환수할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외국계 운용사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할 때 더 엄격한 조건을 내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외국계 운용사를 위탁 운용사로 선정할 때 선정 기준에 한국에 사무소가 있는지, 직원을 얼마나 채용하는지, 국내 금융시장에 기여도가 있는지에 평가해서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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