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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남아있는 날들이 길지 않다
입력1998-09-24 18:31:00
수정
2002.10.21 23:08:35
金仁淑(소설가)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를 치룰 때,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공약은 경제난의 극복에 관한 것이었다. 각 후보마다 자신이야말로 경제적으로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부각되었으며, 저마다 목소리 높여 IMF 체제의 극복대안을 제시했다. 경제에 관해서는 도통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후보토론회의 다른 분야는 놓치더라도 경제 분야에 관한 것은 챙겨보려고 들었다.
나같은 사람도 알아들으라고 각후보들의 주장은 가급적 비전문적인 용어로, 알기 쉽게 설명되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는 내게 어렵다.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IMF라는 괴물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들을 이해한다는 것이야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으랴. 그때 내게 중요했던 것은 오직, 어떤 후보가 얼마나 빨리 이 난국을 타개하겠다고 주장하느냐 하는 것 뿐이었던 것 같다. 어떤 방식이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냐가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년 반안에 현 난국을 타개하겠노라 공약을 내세웠던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공약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마는 그래도 그의 확신에 찬 어조는 어딘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고, 저 믿음 속에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든 방안들이 기적처럼 들어있으리라 여겼던 것도 사실이었다. 金대통령이 취임한 지 7개월여가 지났다. 그가 약속한 시간이 절반쯤이 흘러간 셈이다. 그러면 절반쯤은 극복되었나?
물론 내 무지의 정도를 먼저 고백해야 할 것이다. 당시 金대통령이 말하였던 현난국의 극복이라는 것이 외환위기의 타개라는 극히 협소한 범주만을 뜻했던 것인지, 국가적 부도 위기로부터의 탈출, 그리고 낮은 의미에서의 경제구조의 안정까지 포괄했던 것인지 나로서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만일 그때 내가 홀로 짐작하였던 것이, 거품을 쫙 빼고도 96년이나 97년 전반기 수준의 황금기로의 복귀라고 믿었다면 그건 분명히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치상황을 보면, 경제는 어디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민생은 어디에? 구태를 거듭하는 정치싸움에 대해서라면 하고 싶은 말도 없다. 다만, 그들이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는 걸, 그리고 그 시간이 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앗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그들이 가끔이라도 기억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정말 가끔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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