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현장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 예전에는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던 진료실에 젊은 환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환자가 젊으면 고혈압 치료가 훨씬 수월할 것 같지만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30~40대 환자의 혈압을 바로 잡기는 의외로 어렵다. 노인에 비해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고 질환 관리도 미숙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인 만큼 체중 감량, 식단 조절, 규칙적인 운동과 같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음주ㆍ흡연 등 해로운 습관을 교정하지 못해 증세가 심해지기도 한다.
젊은 환자의 고혈압 관리가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그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혈압을 높이고 고혈압 치료에 중요한 고려 요소인 '혈압 변동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루 중 혈압이 변화하는 폭을 의미하는 혈압 변동성은 혈관에 무리를 주고 장기에 악영향을 미쳐 심근경색과 협심증ㆍ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혈압 변동성이 큰 고혈압 환자라면 24시간 혈압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칼슘길항제 복용에 대해 전문의와 상의하고 본인의 몸 상태와 궁합이 맞는 고혈압 제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젊은 고혈압 환자에겐 매일같이 약 복용을 반복하는 것도 고역일 수 있다. 과도한 업무와 야근ㆍ회식ㆍ출장ㆍ외근 등으로 꼬박꼬박 약과 물을 챙겨 마시기 어려운 날도 많다. 이럴 때 약효가 지속되는 반감기가 긴 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하루 정도는 약을 먹지 않아도 혈압이 유지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불규칙적인 복용이 장기간 반복되면 무용지물이다. 올바른 약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복용이 결국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물 없이도 복용할 수 있는 제형이 국내에 소개돼 젊은 초진 환자에게는 처음부터 먹기 편리한 약을 추천하는 추세다. 복약 편의성을 향상시킨 구강붕해정은 목으로 삼킨 후 위장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일반 정제와 달리 입 속에서 침으로 녹여 먹을 수 있다. 일이나 외부 활동으로 복용을 잊는 환자, 고혈압 치료제를 처음 복용하는 초진 환자 외에도 목 넘김 장애가 있거나 수분 섭취가 제한되는 환자의 복용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고혈압은 진단을 받아 질환을 인식하는 인지율에 비해 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질환이다. 나이가 젊으면 신체의 회복 기능이 활발하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 스트레스와 혈압 변동성 관리, 규칙적인 고혈압 제제 복용 등 기본적인 사항만 잘 지켜도 혈압을 조절할 수 있고 높은 혈압이 불러올 수 있는 여러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혈압은 신체가 보내는 첫 위험 신호다. 내 몸이 알려주는 위험 신호에 감사하며 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고혈압 관리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