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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이후
입력2003-03-09 00:00:00
수정
2003.03.09 00:00:00
이라크 전쟁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지구촌 경제에 전쟁의 주름살이 깊게 패이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성장엔진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유가상승으로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고, 지난달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으며, 내수시장은 IMF 당시 보다 더욱 참혹하게 얼어붙고 있다. 주식시장은 아예 폐허로 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전쟁이 빨리 나면 좋겠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소한 전쟁에 대한 불확실ㆍ불투명성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91년 걸프전 발발 이후 세계경제가 호황으로 반전했고, 주식시장이 랠리를 이어갔다는 점도 전쟁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이번에도 전후(포스트워)랠리가 가능할까.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은 그렇게 믿고 낙엽같이 떨어지는 주식을 꼭 잡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의도대로 전쟁이 단기에 끝난다고 해도 세계 경제가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후 랠리는 착시현상에서 빚어진 장밋빛 전망이라는 것.
헤지펀드 투자자로 유명한 조지 소로스는 최근 “이라크전이 짧고 조용하게 끝난다면 금융시장이 환호하겠지만, 이는 곧 지나가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가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걸프전 당시와는 달리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데다, 증산여력도 3분의 1(하루 200만배럴)에 불과해 유가가 거꾸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이다.
미국의 스트라티직 에너지 앤드 이코노믹 리서치의 마이클 린치 사장은 “전쟁 발발 여부에 상관없이 베네수엘라 장기 파업 사태로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증산 능력도 부족하다”며 “올 연말까지 유가가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이라크전 이후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더욱 크게 부각될 경우 가장 먼저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부시 대통령의 성향상 북한 문제를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라크 전쟁이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지, 흥진비래(興盡悲來)가 되는 첫 단추가 될 지는 신(神)만이 알 것이다.
<채수종(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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