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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선택

장관은 명예직이다. `현고학생부군신위`. 학문적 성취가 일세를 풍미한 학자라도, 문학의 향취가 고고하더라도, 스포츠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여 국위를 선양하더라도,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라도 관직에 오르지 못한다면 `학생`의 신분을 벗을 수 없다. 유교문화가 여전히 기층을 이루는 한국사회에서 장관에 봉작(封爵)된다는 것은 실로 개인의 영예요, 가문의 영광인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명예만으로 장관직을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성공한 CEO들의 입각은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대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스타 CEO로서의 명예가 장관의 명예보다 부족하지도 않으며, 경제적인 면에서는 비교조차 힘들만큼 차이가 크다. 막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입각을 결정하게 되는 동기는 자신의 능력을 기업차원에서 국가차원으로 확대하여 펼치겠다는 자아실현의 의지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사명감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몇 년 전부터 정부 부처에 CEO출신이 임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동북아 시대를 주도하는 IT허브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또한 IT산업의 특성인 경제∙사회 각 부문에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현직 기업인의 경륜을 활용하는 것은 굳이 전문가의 지적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있다. 첫째,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CEO로서 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년의 임기가 주어진다. 하물며 한 국가의 장관으로 자신의 경영철학을 적용하고 결과를 얻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둘째, 합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우수한 리더라도 개인의 능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사소취대(捨小取大), 즉 해당부처는 물론 관계된 모두가 작은 것은 버리고 목표를 향해 힘을 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CEO출신 장관들은 민간기업인이 갖고 있는 장점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더해 짧은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고 그만큼 기대도 크다. 공공정책은 경제적인 성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회통합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들은 궁극적으로 사회비용을 감소시키고 생산력을 증가시켜 경제적인 가치로 환원될 수 있다. 경제적 성과로 즉시 구체화되는 분야는 물론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 사업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손연기(정보문화진흥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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