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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또 쓰러질까 두렵다/30대 기업집단 재무구조 분석
입력1997-03-21 00:00:00
수정
1997.03.21 00:00:00
이형주 기자
◎부채비율 2,000% 상회 3곳/500% 이상은 10여개/30대그룹 평균 387%/외국비 최고 5배 높아한보에 이은 삼미그룹의 몰락은 「빚 많은 기업이 결국 망한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고 외부차입 경영에 열을 올리다 자초한 비극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우려되는 사실은 국내 유수의 재벌들이 지금까지 거의 예외없이 이같은 외부차입 경영행태에 젖어왔고 그 결과 대부분 기업들이 외국에 비해 최고 5배 가까이 부채비율이 높아 재무구조가 형편없이 악화돼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대다수 기업들이 이른 시일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한보·삼미」 몰락사태가 연쇄적으로 불거져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금융시장 주변에서 부채비율이 높은 일부 그룹에 대해 부도설이 나돌면서 연쇄도산사태가 곧 되풀이 될 거라는 소문이 횡행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몰락의 길을 걷게된 삼미그룹은 재벌순위(자산기준) 26위로 95년말 현재 자본금이 7백40억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는 2조4천억원으로 부채비율은 무려 3천2백44.5%에 달해 30대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다. 한마디로 삼미그룹은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기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 온 것이다.
지난 1월 부도가 난 한보그룹은 95년말 현재 자본금 6천8백억원에 부채가 4조4천8백억원으로 부채비율이 6백59.9%를 기록, 30대 재벌 중 6위였다.
또 95년초 공중분해된 우성그룹은 부도직전 총자산이 3조4백억원인 반면 부채는 3조6백억원으로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태였다.
결국 몰락한 주요 그룹들은 하나같이 은행에서 마구 돈을 끌어다 사업을 키운 뒤 불황을 맞아 자금회전에 차질을 빚게되면서 파국을 맞았다. 은행대출이 모자라 투금에서나 사채 등으로 급전을 조달, 빚을 막는 악순환에 휘말리자 어느 그룹도 예외없이 살아남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95년말 현재 국내 30대 재벌 중 부채비율이 5백%가 넘는 곳은 모두 10여개에 이른다.
그룹별로는 삼미에 이어 한라그룹의 부채비율이 2천6백50%, 진로 2천4백4.5%, 한일 9백36.3%, 뉴코아 9백24% 등으로 각각 엄청나게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5년말 현재 우리나라 30대 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은 3백86.9%로 미국(94년) 1백66.5%, 일본(94년) 2백9.6%, 대만(94년) 87.2%에 비해 최고 5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외부차입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늘리는데 치중, 부채(빚)가 자기자본의 수십배에 달하는 기형적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몇몇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서로 빚보증(상호지급보증)을 서는 형태로 자금을 조달,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렸다. 그 결과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가 일부 계열사가 부실해지면서 도미노현상처럼 그룹 전체의 부도로 이어지는 패턴을 되풀이 한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경영자들도 이른 시일내 차입경영 관행을 개선치 않을 경우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하고 있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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