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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 도둑기승 “밤잠 설쳐요”
입력2004-02-12 00:00:00
수정
2004.02.12 00:00:00
현상경 기자
“원자재 난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볼트ㆍ너트 등 철강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고철 차떼기 도둑까지 설쳐요”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시화공단 내 공구유통상가. 볼트, 너트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작년 말부터 판매용으로 쌓아놓은 볼트ㆍ 너트 등 철강제품들이 밤사이 없어지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시화 공구상가에서는 지난 한달 새 삼융볼트, 서울종합볼트, 우성볼트 등의 판매상점들이 줄줄이 도둑을 맞는 등 무려 여섯건의 도난사건이 발생했다.
`중국발` 원자재 파동으로 고철마저 구하기 어려워지자 외부에 쌓아놓은 볼트 등 철강제품을 차떼기로 훔쳐간 것이다.
“예전에는 가게 밖에 아무렇게나 둬도 가져가는 이가 없었어요. 볼트 장사 14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상가 내에서 처음 도난을 당한 권모씨(59)는 결국 도난 방지를 위해 CCTV를 설치했다.
비단 시화공단 만이 아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서울 구로공단까지 공구상가 내 볼트, 너트 판매업주들이 물품을 도난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구로공단 공구상가의 한 판매업주는 “공급 물량이 적다 보니 업체들이 판매가에 육박하는 가격을 제시할 정도로 치열한 거래선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도난사건까지 빈번해 상가 내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전했다.
특히 인근 상가에는 “원자재난에 편승해 물량을 사재기하는 세력이 있다”는 루머마저 돌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볼트, 너트 가격은 최근 톤당 95만원대에서 115만원으로 20%이상 치솟았다. 이른바 대형 제조업체에서 10% 오른 가격으로 출고되면 중간도매와 소매업체를 거치면서 15~20%까지 가격이 뛰고 있는 것.
시화공단 유통상가 내 한 관계자는 “하루만 지나면 kg당 10원씩, 20원씩 상승한다”며 “볼트, 너트가격이 오른 일은 10년 만에 처음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근 고철 수집상들도 원자재난으로 인한 고철 수집량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고철 수집상 D산업에 근무하는 박모씨(47)는 “업체들에게서 칩(Chip ㆍ쇳톱밥)이나 스크랩(Scrapㆍ지스러기 금속) 등을 수집하는 일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에 원자재난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업체마저 늘어나 수집할 수 있는 고철량이 줄어든 것.
한편 일부 고철수집상들은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 이를 재고로 묵혀두기도 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한 수집상은 “하루가 지나면 고철가격이 오르는데다 중국에 수출할 경우 국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국내 유통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상경기자, 이상훈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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