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안 써도 너무 안 쓴다. 소비지표가 온통 '감소'뿐일 정도로 빨간 불이 켜졌다. 소비지출은 4년 만에 감소했고 덩달아 가계대출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고소득 자영업자 등을 타깃으로 한 지하경제 양성화를 우려해서인지 고소득층은 빠른 속도로 지갑을 닫고 있다. 이쯤 되면 '소비절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부진은 세수감소로 이어져 1ㆍ4분기 부가가치세는 지난해 말보다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소비는 경기의 키다. 소비심리가 살아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위축→생산감소→설비투자 급감→고용악화→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3년 1ㆍ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1ㆍ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1ㆍ4분기보다 1.0% 줄었다. 가계소비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ㆍ4분기(-3.6%) 이후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웬만한 경기침체에도 끄떡하지 않던 고소득층마저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1ㆍ4분기 소득상위 20%의 월평균 소비지출액(396만6,000원)은 지난해보다 2.8%나 줄었다. 통계청이 전국단위의 가계동향 조사(2003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았다. 고소득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고소득층은 분기마다 5% 안팎의 소비증가율을 보이면서 경기를 지탱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경기보다 경기외적 요인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반(反)부자정서나 탈세검증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고소득층이 주요 고객인 백화점의 4월 매출은 3월보다 13.9%나 급감했다.
물론 고소득층만 지갑을 닫는 것은 아니다. 소득하위 20%의 소비도 1.9%나 위축됐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의 매출은 11.2% 줄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대출마저 줄었다. 1ㆍ4분기 가계대출은 4조9,000억원이나 감소했다. 4월 카드승인 금액(44조8,000억원)도 전달 대비 1.1% 줄었다.
문제는 소득은 늘어나는데 지출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1ㆍ4분기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1.7% 늘었다. 경기전망이 좋지 않자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득은 소폭이나마 늘었는데 계층 전반의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경기에 대한 소비자심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소비심리를 바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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