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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차이와 차별

어제 대학로에서 막을 내린 서울여성영화제에서 꽤 오랜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 한편을 만났다. 제목도 재미있는 `왠지 작은 찻잔과 밥그릇`이라는 다큐멘타리로 제일교포와 결혼한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재일교포2세와 결혼한 새댁이 남편의 일본 친구들로부터 부부찻잔을 선물 받는 데서 시작된다. 서로 크기가 다른 찻잔을 선물 받은 주인공은(주인공이자 이 다큐멘타리를 만든 감독) 재미있는 질문을 시작한다. 왜 남편이 사용하는 찻잔과 아내의 것은 서로 크기가 다를까? 언제부터 누가 이렇게 다르게 만들기 시작했을까? 이유가 그다지 중요치 않을 수도 있는 사소한 사실에서, 감독은 영화의 서두를 꺼내고 그 찻잔과 함께 사람들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생각의 차이에 대한 영화여정을 시작한다. 찻잔을 선물한 남편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감독은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전통찻잔이라고 알려져 온 `부부찻잔:메오토차완`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이 사서 선물하는 편`이며, `70년대부터 시작된 거고 그 전에는 없었던 세트잔으로 전통 찻잔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감독은 말한다. `사람들은 확신도 없는 사실을 전통이라고 믿어버린다`, 또한 `많은 사람이 믿으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라고. 여기서 감독은 여자의 것은 일단 예쁘고, 작아야한다는 나름의 여자에 대한 엄격한 생각의 규정이 정해져 있는 일본 사회를 만나게 되고, 그 사회의 관습속에 가려져 있는 차별의 세계와 맞부닥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감독은 이제 자신이 그 세계속에서 아내와 며느리로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된 것이다. 감독은 여자들이 남편, 가족, 친구, 사회, 심지어는 나도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까지를 포함한 자연스러운 관계들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차이와 차별의 교묘한 눈속임에 주목하게 된다.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차이를 인정받고, 존중받는 세계가 아닌, 나 외에 다른 이의 보호를 받는 사회적 장치들을 얻어야 편하게 살수 있는 차별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런 관계들은 밥상을 차리는 여자가 자기 딸에게 밥상위의 그릇들의 위치를 가르쳐주면서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감독의 자기인식과 주변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맺음에 대한 확신과 그로 인한 자아의 깨어짐의 아픔을 화두로 던지면서 끝난다. 차이와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단지 여자와 남자와의 관계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차이에 대한 발견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남과 내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소통의 필요성으로 접근하고 있는가. 갑자기 나 역시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주문에 걸려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구조적 폭력에 가담했던 적은 없었던가 반성하게 된다. 기름이 필요해 시작한 전쟁이 이제 끝났다고 전쟁을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종전을 선언하는 요즘, 새로운 형태의 개별적 폭력이 펼쳐지고 있는 듯해서 어쩐지 마음이 무겁다. <김옥랑(동숭아트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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