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의존형 기업들의 해외 공장이전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지만 이는 결코 국내 제조업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국내 제조업 환경은 여전히 과도한 규제, 경쟁적 노사관계, 반기업 정서 등 현실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국내로 들어왔던 한국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려온 중소기업들, 특히 저임금에 의존해온 저부가가치형 기업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결국 생산성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데 국내외 어디를 둘러봐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의류·완구·신발·양말·피혁 등의 업종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들 업종은 한때 한국의 수출을 주도하던 분야였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외 고임금 등에 따른 생산성 악화와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고임금을 피해 중국 등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했지만 이제 이마저도 마땅치 않아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조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최근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내 생산 및 판매 거점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13개사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이전을 고려한 국가로는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가 거론됐지만 한국으로 복귀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국으로의 U턴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 내수시장 협소(56.5%), 높은 인건비(18.5%) 등을 지목했다. 해외 진출기업이 한국으로의 U턴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정부 지원제도는 세제지원(41.8%), 자금지원(28.6%), 저렴한 부지제공(11.2%), 외국인 근로자 고용지원(9.2%) 순으로 제시됐다.
한마디로 해외에서 제조업을 하기도 힘들지만 아직 국내로 돌아올 요인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해외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과거처럼 대규모 공장이전은 줄었지만 아직 국내 제조업 환경이 떠나는 기업을 붙잡을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한데다 밖으로 나갔던 기업들을 불러들일 만한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명 U턴기업법까지 제정해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중국에서 양말 공장을 운영하다 생산성 악화로 결국 사업을 접은 C사장은 "정부는 왜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었을지부터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올바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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