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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43주년]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3-1. 신뢰 경영의 현장을 가다(포스코)
입력2003-10-13 00:00:00
수정
2003.10.13 00:00:00
조영주 기자
“비싼 선물도 아닌데 설마 되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포스코가 윤리경영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이렇게 강한지 몰랐습니다.”
포스코로부터 강판을 공급받는 전자업체 A사의 K사장은 지난 추석에 다소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포스코가 당초 약속을 잘 지키며 철강제품을 원활하게 공급해준 것이 고마워 명절 선물로 멸치 한 박스를 담당자에게 보냈는데 정중한 거절의 편지와 함께 고스란히 되돌아온 것.
“한가위 땐 그동안 좋은 관계를 맺어온 주요 거래처 담당자들에게 조그만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포스코도 그 가운데 하나였지요.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포스코 쪽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K사장은 사실 지난 6월 이구택 포스코 회장으로부터 `포스코의 윤리규범 실천에 적극 협력해달라`는 서한을 받았다.
“올들어 여기저기서 하도 `하도 윤리경영, 윤리경영`하길래 그저 형식적인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확 달라졌더군요. 예전처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로비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 됐습니다. 자칫하면 오히려 불량거래처로 꼽혀 아예 포스코와 장사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K사장처럼 상당수의 포스코 거래처에선 추석명절 선물을 돌려 받아야 했다. 포스코 자체 집계에 의한 선물반송 건수는 모두 85건. 하지만 주변에 드러내지 않고 돌려보낸 것들도 상당수에 달해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포스코 주변의 이야기다.
◇직원ㆍ투자자ㆍ고객이 모두 믿는 투명경영= 국내 초우량기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포스코 역시 해외투자자 비중이 높다.
PCA투신운용 닉 스콧 지역자산운용본부장은 이와 관련,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주가상승의 기본조건”이라며 “(이 관점에서 살펴보면) 포스코는 현재의 주가수준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정주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투자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머니지로부터 소재산업부문에서 기업지배구조 1위(아시아지역 대상)를 차지했다. 영역구분 없는 전체 순위에선 3위. 미국의 경제전문잡지인 포천(Fortune)으로부터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철강부문)`으로 선정됐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먼저 `한국 최고의 투명기업`이란 평가를 얻어낸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민영화가 완료되기 2년전인 1998년부터 지배주주없이 전문경영진의 책임경영과 이사회의 경영감시 및 내부 통제기능을 강화한 글로벌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했다”며 “회계투명성을 위해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한 내용의 이사회제도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래 전부터 기업경영이 유리알같이 투명해지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고객이나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도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모든 고객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매시스템을 도입해 비리 발생을 원천 차단했으며, 협력업체들이 정당하지 못한 로비를 벌이거나 비리가 있을 경우 거래를 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몸으로 실천하는 사회공헌활동= 포스코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공을 들이는 또 다른 분야가 사회공헌 활동이다.
포스코는 지난 90년 이후 지난해까지 13년동안 사회공헌활동으로만 1조 6,342억원을 지출했다. 이 기간동안 1만616개 소모임들이 4만3,057건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연인원으로는 68만2,757명에 달한다.
더구나 회사의 수익 일부를 기부나 자선기금으로 내는 정도의 초보적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성금을 조성해 직접 몸으로 뛰는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이 같은 개별활동을 조직화시킨 전사 차원의 `포스코 봉사단`을 발족시켜 체계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박승대 포항제철소 섭외부장은 “회사에서 인재양성, 학술ㆍ체육진흥, 환경보호,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이는 것과 별개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며 “단순한 기부에서 한단계 발전한 선진기업형 사회공헌활동이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의 경우 부서별로 100여개의 마을ㆍ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순수봉사활동을 펼치는 봉사단이 98개에 이른다. 특히 이들 봉사단은 자체 모금활동을 통해 활동비를 만들어 음악치료, 수지침, 의료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광양제철소도 100군데 이상의 자매결연에, 90여개의 봉사단이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대대적인 윤리경영 실천에 나서고, 전사적인 봉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활동의 질을 높이는 한편 이사회를 강화해 투명경영을 더욱 강화했다”며 “생산품의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를 달성한 만큼 경영에서도 최고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제철소 제선부, 주변 마을과 자매 결연
11년동안 강변 쓰레기 청소활동
지난 9월 16일 경북 포항시를 휘감아 흐르는 태화강변.
태풍 `매미` 가 휩쓸고 지나간 이곳엔 불어진 강물에 낚시대를 담근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서면서 파란색의 포스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나타나더니 조금 후부터 강변에 뭉쳐 있는 흉물스런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이번 태풍으로 강변이 지저분해져서 청소하러 나왔습니다. 바로 이곳 해도2동은 우리의 또 다른 텃밭이거든요.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강압적으로 한다면 누가 11년째 나오겠습니까.”(유진하 포항제철소 제선부 조업지원팀장)
포항제철소 제선부는 지난 1992년부터 해동2동과 자매결연을 맺은 후 11년동안 줄곧 한 달에 최소 한번이상 강변 쓰레기 청소, 체육시설 정비 등의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다보니 지역주민들이 포스코를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다.
“어려울 때마다 포스코 직원들이 발벗고 나서는 것을 11년째 지켜봤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생활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친숙한 이웃들이지요.”(이양우 해도2동장)
이날 태화강변에서 쓰레기줍기에 참여한 포스코 직원들은 줄잡아 50여명에 달했다.
[포스코 윤리규정]"탈세ㆍ회계부정등 위법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포스코는 탈세, 회계부정, 환경오염 등 위법행위를 하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지난 6월초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포스코 윤리규범`이 발표됐다. “윤리경영의 실천이 회사내부에 대한 정화활동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생각 때문이다.
윤리규범은 크게 5대영역으로 나뉜다. 핵심 대상은 포스코 자신이지만
▲고객과 거래처
▲주주 및 투자가
▲임직원
▲국가와 사회를 향한 기본 규범들이 빠짐없이 마련돼 있다.
특히 7개 행동준칙에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도록 했으며, 업무상 이해관계가 있으면 경조사를 알리지 못하게 했다. 청탁이나 금전거래는 절대 엄금대상, 외부에 대한 경조금 역시 관례상 통상적 수준인 5만원(특별한 경우에도 상한선은 10만원)이내를 권장했다.
내부정보에 대해서도 엄격한 룰을 마련했다. 기업정보를 이용한 금전적 이익을 꾀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핵심 정보를 인지하면 즉시 담당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무도 부여했다. 이 밖에 회사내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이익이 되는 활동을 금지해 공과 사를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협력사들에게 “경영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거나 정도경영을 외면해온 비윤리적 기업들이 퇴보하거나 소멸돼가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며 이 같은 윤리규범 실천에 협력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직접 당부하고 나섰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유도도 눈에 띈다. 윤리규범을 만들면서 직원의견 수렴과 벤치마킹 결과를 토대로 윤리규범 초안을 만들고 이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했다. 전직원들이 몸소 실천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서약하도록 하고 윤리규범 실천을 서약한 직원들은 신분증 뒷면에 5개 항목의 윤리규범 자가진단 항목을 부착, 스스로 윤리규범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10년전인 지난 93년에 국내기업으로는 처음 윤리강령 기본원칙을 제정, 선포했었다”며 “이번에 국제수준의 윤리규범 실천을 위한 행동기준을 선포해 윤리경영 실천에 앞장선 것은 세계 일류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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