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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 발행 다시 수면위로

■ 정치권 5만원권 발행 의원입법 추진<br>한은 "화폐개혁" 꾸준히 제기<br>재경부 부정적 입장에 주춤<br>정치권 추진에 반기는 분위기<br>"성사땐 발행비용 30% 절감"

정치권이 의원입법으로 5만원권 발행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정부와 한국은행간 합의(?)로 잠정 중단됐던 고액권 발행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한은은 화폐단위 변경을 포함한 화폐개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지난 2002년 박승 한은 총재는 취임하자마자 장기과제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과 고액권 발행 등 민감한 문제를 꺼낸 뒤 국내외에서 간헐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때마다 재정경제부는 ‘화폐개혁은 경기회복 등 시급한 과제보다 우선순위에서 뒤진다’는 명분을 내세워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급기야 지난 10월 당정회의 후 정부는 참여정부 임기 내에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며 고액권 발행도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당시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최근 신용카드와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이 확대되고 있어 화폐단위를 고액화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고액권 발행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재경위 일부 의원들이 새 5,000원권 발행을 앞두고 또다시 고액권 발행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내년에는 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한동안 고액권의 필요성만 강조해오던 한은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한은 측은 새 5,000원권과 1만원권 발행을 앞두고 고액권이 함께 발행될 경우 발행비용이 30%가량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 통용 비용이 줄어드는데다 새 1만원권의 발행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우리나라 화폐가 적정 은행권 권종 수에 크게 미달하는 점도 고액권 발행 이유 중 하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29개국의 은행권 평균 권종 수는 6.1종으로 한국(3종)의 두 배에 달한다. OECD 회원국의 최고액권 평균가액은 37만원이며, 근로자 1인당 일평균 순임금의 2~5배를 최고액면으로 설정하는 화폐액면체계 구성이론을 적용할 경우 한국의 최고액권 액면은 이론상 8만~19만원(2003년 기준)이 적절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감 당시 재경위 여야 의원들이 고액권 화폐발행 촉구안을 제출하려 했으나 정부가 맡겨달라고 해서 결의안을 보류했다”며 “그런데 아직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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