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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횡설수설… 모르쇠… 비아냥도

사담 후세인(66)은 미군의 신문을 받으면서 온갖 혐의를 철저히 부인했다.오히려 집권 시절 여러 행동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전범 재판을 기약하는 듯했다. 그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다소 엉뚱한 태도와 허세로 조사관과 면담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한결같이 “후세인이 전혀 뉘우치지 않고 반항적이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미군 조사 바그다드 공항의 한 시설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후세인은 조사관의 질문에 직답 대신 황당한 답을 하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전했다. “기분은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우리 국민이 노예 상태이기 때문에 슬프다”고 했고, 물을 마시라는 권유에는 “그러면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노예 상태인 국민을 두고 내가 어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본론으로 들어가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의혹을 묻자 “미국이 전쟁 명분을 위해 지어낸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코웃음쳤다. 또 1991년 걸프 전 당시 실종된 미군 조종사의 행방 등에 관한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미 정보 소식통은 문답 조서는 다변인 후세인 특유의 표현들로 채워져 있다고 전하면서 거기서 중요한 정보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현재 비협조적이지만 그의 태도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기대를 접지 않았다. 과도통치위원 면담 본격 조사에 앞서 먼저 진짜 후세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14일 30분간 면담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 4명은 그가 “여전히 자기 합리화에 능한 독재자였으며 매우 반항적이었다”고 전했다. 면담 당시 방금 토막잠에서 깨어난 듯한 후세인은 철제 간이 침대에 앉은 채 양말에 검정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위원들은 “지친 기색의 후세인은 수척했으며 전혀 죄과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후세인은 파차치 위원에게 “당신은 외무장관을 지냈었지. 그런데 저 사람들과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비아냥거렸다. 또 시아파 성직자 무하마드 바르크 알 사드르를 왜 죽였는가라는 질문에는 “가슴을 죽였다는 거요 아니면 발을 죽였다는 거요”라고 능청을 부렸다. 이름에 자주 쓰는 아랍어 `사드르`는 보통명사로는 가슴이라는 뜻이다. 후세인은 1985년 화학무기로 쿠르드족을 학살한 것에 대해서는 “이란이 한 짓”이라고, 무고하게 살해돼 비밀 매장된 수천 명에 대해서는 “묻힌 자들은 도둑놈”이라며 철저히 잡아뗐다. 아흐마드 찰라비 위원은 “후세인은 분명 참회나 남에 대한 동정이 없는 자아도취형 인물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후세인은 특히 “나는 일찍이 미국이 이라크에 발을 들여놓을 수는 있으나 이라크를 정복하거나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었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이라크는 강력한 지도자를 원했고 나는 강력한 지도자였다”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찰라비 위원은 “자기가 저항세력의 배후임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위원들은 “후세인이 생포 직전 왜 자살하지 않고 겁쟁이의 길을 택했느냐는 힐난을 받자 프랑스어까지 쓰면서 횡설수설했고, 구미에 맞지 않는 질문에는 욕설로 응대했다”고 말했다. 한편 후세인은 13일 생포 당시 미군에게 “총을 쏘지 말라. 내가 이라크공화국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다”라며 신분을 밝혔다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이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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