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연계채권에 투자해 경영위기에 몰리면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할 경우 미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의 서브프라임 손실금액이 확대되면서 미국 금융기관들 간에 채권상환자금 확보를 위한 주식투매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이미 일부 은행이 ‘기술적 지급불능(technical default)’ 상태에 있으며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연계채권의 추가 부실에 대비해 현금확보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뉴욕 월가 대형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지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진 골드만삭스도 다시 대손상각 대열에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울러 모기지 연계채권을 보증한 보험업계도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MBIA와 Ambac 등 채권보증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여름 서브프라임 부실채권 평가를 제대로 못해 곤욕을 치렀던 신용평가기관들도 최근 약 50억달러 규모의 6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해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지난 6일 씨티그룹의 추가 모기지 연계채권 손실규모가 최고 137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씨티가 올 들어 3ㆍ4분기까지 올린 수익을 모두 합친 규모다. 또 씨티의 총 상각 규모 211억달러는 지난해 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1,200억달러에 달하는 주주 지분의 약 17%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씨티 주식은 지난 일주일 동안 17% 하락해 4년여 만에 최저 수준인 주당 35.08달러로 주저앉았다. 이와 관련,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주택시장 구조조정이 아직 멀었다”고 말했으며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도 “미국이 매우 심각한 조정국면에 진입했다”고 언급했다. 뉴욕 증시의 애널리스트들은 “모기지 위기의 충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채권 상환자금 마련 부담으로 관련 주식을 싼값에 대거 내다팔 수 있다”면서 “대형 은행들이 공동 출연하기로 한 슈퍼펀드가 제 기능을 하지 않을 경우 주식투매를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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