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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에너지정책] 도매 활성화·소매부문 개방… 전기요금 시장 논리에 맡겨

■ 일본 사례 보니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모호한 방향성이다. 전기요금, 전력산업 구조, 발전원 구성 등 첨예한 이슈들에 대한 정부의 큰 그림이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반면 일본은 전력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전력정책 방향이 무조건 옳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가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있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확한 시그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작성한 '일본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995년 이후 네 차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전력시장을 보완ㆍ발전시켜왔다. 발전 부문의 경쟁도입과 부분적인 소매자유화가 대표적인 조치다.

하지만 개편 이후에도 신규 소매사업자의 시장참여는 부족했고 피크 부하에서 소비자 수요 반응을 유도하지 못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기존 전력시장에 대한 개편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원전 비중 축소와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에 따른 연료비 증가로 전기요금 상승압력이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소매시장 자유화를 돌파구로 제시했다.

올 2월 마련된 일본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의 핵심은 소매시장의 전면 자유화다. 일본은 오는 2016년부터 가정 부문을 포함한 모든 수요자가 판매사업자(전력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소매 전면 자유화를 시행한다.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 전기사업자의 지역 독점을 없애고 소매ㆍ송배전ㆍ발전 등 사업유형별 면허제도를 신설했다. 소매요금도 자유화해 평상시에는 싸지만 피크 때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차등요금제를 도입했다. 대신 소매사업자가 파산하는 등의 문제로 소비자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최종공급의무자(last resort)를 두고 있다.



소매시장 자유화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정적인 공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소매사업자에게 일정 이상의 공급력을 확보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구역의 계통운영자와 광역계통 운영기관에 주파수 유지 의무를 부여했다. 아울러 도매시장 기능 활성화를 위해 요금규제를 철폐하고 전력거래소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개편방안은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소매시장 개방이라는 일본 정부의 정책에는 전기요금을 시장논리에 따라 맡기겠다는 정책적 방향이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전력산업에서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고 정권의 필요에 따라 운영해 지금의 전력난을 맞았다.

김 교수는 "소매시장 개방을 당장 국내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일본 정부처럼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해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중장기적인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일본의 사례를 통해 배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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