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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키워 D램 경쟁력 강화 의지… 자금 동원력 감안 성사는 불투명

■ SK하이닉스, 엘피다 인수 참여<br>"실패해도 경쟁사 실사 가능 손해볼 것 없다" 분석도


SK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경쟁에 뛰어든 것은 삼성전자에 버금갈 정도로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갖춰보겠다는 의욕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수가격과 인수자금 동원 능력 등을 감안할 때 실제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엘피다의 최종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실사 과정을 통해 경쟁사의 속사정을 꿰뚫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인수경쟁 참여 쪽으로 방향을 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 추진의 가장 큰 이유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꼽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하게 되면 엘피다의 연구개발(R&D)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고정비용 삭감을 통해 인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가운데 R&D 인력이 5,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인수하게 되면 한국에서 R&D를 담당하고 엘피다를 일본 내 생산기지로만 삼을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기술수준이 엘피다보다 위인 만큼 엘피다 R&D 인력감축만으로도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미세공정 기술은 상반기 중 현재 20나노를 갖추게 돼 30나노 수준인 엘피다보다 한 수 위이다.

가격만 맞으면 엘피다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반도체 D램에 대한 설비투자 자금을 엘피다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 SK하이닉스가 밝힌 투자금액은 4조2,000억원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2조1,000억원)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 비용(2조1,000억원)을 엘피다 인수 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성인 키움닷컴증권 상무는 "올 2ㆍ4분기부터는 반도체 D램의 공급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D램 가격의 가파른 상승 랠리가 예상되는 만큼 엘피다 인수는 긍정적"이라며 "고정 비용도 줄이고 발전된 나노 공정을 적용하게 되면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엘피다의 실제 인수가격이 SK하이닉스가 수용할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상장 폐지된 엘피다의 시가 총액은 한화 기준으로 13억원이고 부채가 4조원인 상황에서 엘피다의 신주 발행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인수 효과를 결정 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 참여가 인수를 겨냥한 것보다는 경쟁사의 기술과 재무상황을 속속들이 파헤쳐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인수참여는 엘피다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이나 도시바 등에 넘어갈 경우에 대비해 엘피다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도 엘피다의 법정관리 신청을 단순히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혜로만 보지는 않고 있다"며 "엘피다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좀 더 적극적으로 경쟁사를 실사하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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