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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본 한국경제] (3) 부동산 분야
입력2003-12-23 00:00:00
수정
2003.12.23 00:00:00
권구찬 기자
2003년 경제ㆍ사회분야의 최대 이슈중 하나로 부동산투기가 꼽힌다. 지난 99년부터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해제한 주택관련 규제가 어떤 부작용을 낳은 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한 해였다. 그러나 투기는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었다. 1년 내내 투기광풍이 몰아쳐 자고 나면 몇 천만원씩 오르는 통에 중산층과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저금리로 부동산만한 대체 투자수단이 없는 상황이어서 가정주부들까지 `줄서기` 청약대열에 가세하는 등 전국이 투기열병을 앓았다. 경제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는 형국이지만 정부의 대책은 뒷북치기 일쑤였다.
◇무기력한 처방이 화근 불러=부동산 투기가 휘몰아친 것은 정부의 늑장때문이었다.지난해부터 몰아친 투기광풍을 그저 `일시적, 국지적`현상쯤으로 판단한 결과 때마침 행정수도 이전계획과도 맞물리면서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5월. 그러나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조합주택의 전매금지 등을 골자로 한 `5ㆍ3종합대책`은 부동산투기꾼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었다. 리스크가 늘어난 만큼 프리미엄이 더 붙었고 땜질식 처방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풍선`이었다. 정부는 이어 `9ㆍ1 보유세 강화방안`과 `9ㆍ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약발은 2주일을 채넘기지 못했다. 정부의 투기대책에 대한 내성만 키웠을 뿐이다.
◇공개념 제도로 투기 고삐 잡아=투기와의 전쟁이 분수령을 이룬 것은 `10ㆍ29대책`. 경기부양 대책으로 푼 규제를 역순으로 다시 묶는 대책으로는 투기전쟁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정책신뢰성도 땅에 떨어지자 `부동산 공개념`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때부터 부동산정책의 주도권은 행정부에서 청와대로 넘어갔다.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종합부동산세 조기시행, 1가구3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60% 적용 등을 골자로 한 10ㆍ29 대책의 약발은 예상대로 강력했다. 강남지역 30평형 아파트가격이 1주일만에 3,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졌고 가파르게 오르던 재건축대상아파트의 내림폭은 이 보다 더 컸다. 현재도 매수세력은 실종된 가운데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10ㆍ29대책은 일단 성공작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와 400조원에 달하는 단기부동자금, 60%수준에 그치는 자가(自家)보유율, 서울 강남에 대한 높은 선호도 등을 감안할 때 투기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대책 후퇴 없어야 집값 잡는다=공개념제도에 대한 역풍도 만만찮다. 개발부담금 부과연장조치는 국회에서 무산됐고, 재산세과표 상향조정은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후퇴했다. 원가공개와 분양가격규제는 `반시장적 제도` 라는 논리로 주택업계가 강력 반대함은 물론 정부조차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집값 안정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투기와의 전쟁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 신설을 뼈대로 한 보유세 개편안의 법제화 작업을 내년중 차질없이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제상황 등 외부여건에 따라 부동산 정책기조가 또다시 뒤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황도수 변호사는 “선진국의 보유세 부담비율은 임대수입의 5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능력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지 않는다”며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것이 부담스럽게 해야 주택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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