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초 외부 행사를 대폭 줄였다. 관례적으로 참석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의 신년 하례회 등 3~4건의 외부 신년 인사회에 모두 가지 않기로 했다. 집권 5년차를 맞는 노 대통령의 고심이 그만큼 깊고, 정치 일정상 어떤 식으로든 ‘마지막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노 대통령이 마냥 숨죽이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치적 고민’이 깊은 만큼, 정책적 행보는 더욱 바빠질 공산이 크다. 윤승용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출입 기자들이)신년 초 상당히 바빠질 것”이라며 “3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영양가 있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 곧 ‘또 다른 카드’를 꺼낼 것임을 내비쳤다. ◇정책 화두, 이 달에 나올 가능성=연초 대통령 주변의 큰 일정은 이달 중ㆍ하순으로 예정된 연두회견과 2월14일의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그리고 취임 4주년이 되는 2월25일 등 3가지.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행보가 1월에는 정책, 2월에는 정치 중심으로 흘러 갈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1월에는 부동산 문제 등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발걸음이 이동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신년사에서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고 있다. 반드시 잡겠다”며 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시킬 것임을 분명히 한 상황. 당ㆍ정간 갈등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반값 아파트 문제와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확대 문제 등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기 말 이완되기 쉬운 행정부의 분위기를 다잡고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한 모종의 조치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레임덕이 국정 장악력에 대한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면서 “귀찮고 힘든 만큼 국정을 또박또박 챙겨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2월 정치적 승부수 던질 듯=신년을 맞아 대통령이 정작 고민하는 부분은 정치적 결단을 언제, 어떻게 내릴 것인지에 집중될 듯하다. 대통령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신당 창당은 대세로 굳어졌고 대통령으로서도 불가항력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당의 방향도 ▦지역주의 회귀 반대 ▦전당대회 통한 결정 이라는 대통령의 의지와는 다른 쪽으로 흘러갈게 확실시되고 있다. 신당의 윤곽이 구체화한다는 것은 노 대통령이 또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일정상 오는 2월14일에서 25일 사이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연두회견 때까지는 범 여권의 이합집산이 진행형에 머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의 신년 구상에는 종국에 ‘여당 탈당’과 ‘중립 내각 구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에 대응한 정치적 함수를 고려한 선택의 수도 포함돼 있는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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