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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式 모델’ 北에도 영향줄까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하기 전 미국과 영국에 수 십 곳의 핵 및 화학 무기 관련 시설을 공개, 사찰 절차를 상당 정도로 진행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리비아가 이런 과정을 거쳐 국제기구의 공식 사찰을 받으려는 수순은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및 WMD 개발국으로 지목 받아온 국가들에게 새로운 선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특히 이 같은 수순은 개별국가와의 협상 없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공식 사찰을 통해 폐기를 마무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와 크게 대비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언론은 21일 미ㆍ영 정보기관들이 비밀협상을 통해 올 10월과 12월 두 차례 WMD 시설 수 십 곳을 사찰했다고 전하면서 비밀협상의 전모를 상세히 보도했다. 협상은 올 3월 리비아 정보기관 책임자인 무사 쿠사가 영국과 접촉하면서 시작됐고, 이후 리비아와 미영 정보기관들이 WMD와 경제제재 해제를 본격 논의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반다르 빈 슐탄 사우디 왕자 등이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다. 특히 협상은 미국이 리비아의 강도 높은 실천 만이 경제제재를 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이를 수용하면서 급진전됐다. 이후 트리폴리에서 가다피 원수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간 비밀 심야 협상이 여러 차례 열렸고, 그 결과로 미 CIA 요원들은 10월과 12월 리비아 핵 시설 십 여 곳, 화학 무기 저장 시설 등 수 십 곳을 사찰할 수 있었다. 한 CIA 요원은 “30여년간 WMD 업무를 담당해왔지만 이번처럼 폭 넓게 사찰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리비아의 핵 개발 수준으로 미루어 볼 때 CIA의 사찰로 리비아의 WMD포기 수순은 절반 이상 마무리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1990년대 초반 흑인들에게 정권을 넘기기 전 남아공 백인 정권이 6기의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해 미국등과 전혀 조율 없이 전격적으로 IAEA사찰을 요청한 것과 퍽 다른 수순이다. 이 같은 리비아식 WMD 포기 수순은 핵 시설 수준이 매우 초보적 단계라는 점 등 여러 가지 특수성 때문에 성급히 일반화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미국에 의해 불량국가로 낙인 찍힌 북한 등에게는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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