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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세계 뜬 별, 진 별
입력2003-12-24 00:00:00
수정
2003.12.24 00:00:00
김용식 기자
이라크 전쟁으로 들썩였던 2003년 세계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올 한 해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국제무대에 나와 이름을 알렸고 또 스러져 갔다. 2003년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름들을 통해 한 해를 정리해 본다.
오늘의 별 세계의 하늘위로…
떠오른 별
1월1일 취임식과 함께 새해 벽두를 장식한 인물은 브라질의 `좌파 대통령`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57)였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남미의 좌파정권 도미노를 이끈 룰라 대통령은 올 한 해 국정수행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아 일약 반세계화 진영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3월에는 중국의 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ㆍ60)가 국가주석직에 취임, 미국에 맞설 `떠오르는 대륙`을 이끌고 있다.
내년 말 결전을 앞두고 일찌감치 후끈 달아오른 미국 대선정국의 최대 관심인물은 정작 무대엔 나서지도 않은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이었다. 6월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로 세계적 인기몰이에 성공한 그는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시의 유일한 맞수`로 거론되고 있다.
연예인답게 토크쇼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지사 도전을 선언했던 아놀드 슈워제네거(56)는 자질시비, 성 추행 논란 등에도 아랑곳 않고 10월8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최초의 할리우드 스타 출신 주지사에 당선되는 감격을 누렸다.
10월15일에는 중국의 양리웨이(楊利偉ㆍ38) 공군 중령이 선저우 5호를 타고 중국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해 12억 중국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같은 달 이란의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56)가 이슬람권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돼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어제의 별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올 해 역사무대에서 물러난 인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로 기억될 것 같다. 4월 바그다드 함락과 함께 시작된 도피 생활 중에도 그는 총칼을 든 집권 당시의 사진으로 보도되며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으나 12월13일 시골 농가의 지하 토굴에서 피폐한 노숙자 차림으로 생포되면서 `인생유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역사적 정당성이야 어떻든 이라크전을 승리로 이끌며 군인의 사명을 다 한 토미 프랭크스 전 미군 중부사령관이 보장된 미래를 뒤로 한 채 7월7일 후임에게 자리를 넘기고 전역했다. 그는 전역 이유를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10월31일에는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했던 모하마드 마하티르 전 총리가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총리에게 바통을 넘기고 퇴임했다. 그는 앞으로 `아시아의 마지막 개발독재자`라는 오명을 안고 살겠지만 동시에 `말레이시아 부흥의 아버지`라고도 불릴 것이다.
`쫓겨난`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 인물들도 있다. 8월11일 찰스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내전 조장의 배후로 지목돼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 망명길에 올랐으며 11월23일에는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이 분노한 시민들의 `벨벳 혁명`으로 물러났다.
스러진 별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진 안타까운 죽음도 줄을 이었다. 2월1일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공중 폭발, 7명 대원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전세계인의 관심 속에 7월8일 싱가포르에서 분리 수술대에 오른 이란의 샴쌍둥이 비자니 자매는 결국 수술 도중 “서로 거울 없이 마주보자”는 꿈을 숨진 뒤 따로 묻혀서야 이룰 수 있었다.
전후 이라크 복구 지원을 위해 힘쓰다 8월19일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테러로 숨진 세르지오 비에이라 데 멜루 전 유엔 이라크 특사는 유엔의 승인 없이 치러진 이라크전의 깊은 갈등과 상처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우간다의 전 독재자 이디 아민(80)이 8월16일 망명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고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 여사도 10월23일 10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학계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을 주창하며 제국주의에 항거했던 `팔레스타인의 지성` 에드워드 사이드 교수가 9월25일 백혈병으로 숨졌고 비평형 통계열역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일리야 프리고진 교수도 5월28일 유명을 달리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 배우 캐서린 헵번(6월29일), 그레고리 펙(6월11일), 찰스 브론슨(7월27일) 등과 `에덴의 동쪽` 감독 엘리야 카잔(9월28일)이 생을 마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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