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2K해결 어디까지 왔나] 2. 심각성 알고서도 방치 일쑤
입력1999-03-09 00:00:00
수정
1999.03.09 00:00:00
『우리도 암(癌)에 걸린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당장 굶어 죽을 판에 어떻게 수술을 생각할 수 있겠느냐.』안산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 K사의 L사장은 『언론을 통해 Y2K(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 오류)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있으나 현재 회사 사정으로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며 이같이 반문했다.
Y2K가 회사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 화급한 문제로 인식된지 오래다. 그러나 Y2K를 해결할 인력과 기술도 없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Y2K 해결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할 실정이다.
그런데도 Y2K 전문업체의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수 기업이나 기관에서 Y2K문제가 방치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Y2K가 방치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K사의 예에서 보듯 돈 때문.
IMF 사태 이후 구조조정의 광풍 속에서 하루하루를 넘기다 보니 이들 기업에게는 Y2K에 신경쓰는 일이 오히려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유 자금이 있다고 해도 Y2K 사업을 선뜻 전문업체에 맡기는 기업이나 기관은 드물다. Y2K 담당자의 자세가 너무 안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Y2K에 대해 『돈만 들고 생색(생산성 향상)이 안나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열심히 해도 실적이 오르기보다 문책당할 가능성만 크다』는 것이다. 『그럴바엔 적당히 하면서 돈이라도 아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Y2K 해결업체 영업사원들이 전하는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컴퓨터 속에 있는 Y2K가 엉뚱하게 서류 위에서만 해결되는 한심한 경우도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 이야기입니다. Y2K 사업을 따려고 몇번 방문했지만 기관장은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실무진도 움직이지 않고요. 그런데 정부가 개최한 한 세미나에서 이 지자체가 우수 사례로 소개된 일이 있습니다. 컴퓨터 속에 있는 Y2K가 서류 위에서 해결된 것이지요.』
정보기술업체인 P사 J부장의 경험담이다. 그는 Y2K 사업을 따기 위해 지난 3년간 전국을 훑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계사를 제외하고 단 한 건의 사업도 따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류 위에서 Y2K가 해결되고 사업이 발주되지 않는데 수주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책임 소재와 비용에 대해 발주업체와 해결업체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큰 것도 Y2K 해결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다.
김범수 LG-EDS시스템 사장은 『대부분의 발주처가 돈을 들인 만큼 Y2K로 인한 사태에 대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해결업체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를 잘못 받아들일 경우 회사가 한순간에 거덜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주처와 해결업체가 각각 산정한 Y2K 해결 비용도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까지 차이가 나고 있어 실제로 사업까지 연결되는 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Y2K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인력과 기술이 없는 기업이나 기관의 경우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둘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는 셈이다.
둘 사이의 궁합이 맞지 않는데 옥동자를 기대하는 건 허망한 일이다.【이균성 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