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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피해는 안중에도 없나
입력2003-06-24 00:00:00
수정
2003.06.24 00:00:00
조흥은행 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일괄매각 반대 총파업`을 공식철회 한 지난 22일 아침. 5일간 굳게 닫혀 있던 본점 셔터문이 올라가자 노조원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하나 둘씩 집으로 향했지만 그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여직원들은 복받치는 설움에 서로 껴안고 흐느껴 울었고 중년의 은행원들은 차마 눈물은 보이지 못한 채 멍 하니 하늘만 쳐다봤다. `106년 전통의 민족은행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앞으로 경쟁은행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서러움과 분노, 허탈감이 한꺼번에 몰려 오는 듯 했다.
이후 각자 영업현장으로 돌아간 뒤에도 행내 게시판은 “이미 합의를 해 놓고 `독자생존` 운운하며 우리를 배신했다”, “결국 이 정도 얻어내려고 머리까지 깎고 이 고생을 했나”등 노조집행부를 비난하는 글로 가득 찼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는 식의 자기반성의 글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번 파업의 결과를 놓고 여론도 정부가 노조의 협박에 굴복했느니, 노조도 사실 얻어 낸 것이 없다느니 하는 식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만 혈안일 뿐 정작 가장 큰 피해자인 고객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조흥은행은 사실 국민에게 진 빚이 너무나 많은 은행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고객들은 파업으로 은행 문이 닫혔어도 불평과 함께 한편으론 위로의 말을 건넬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효한 방법 중 하나며 노동자가 최후에 취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어질고 착한 고객`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승패`를 떠나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
게다가 어이없게 파업에 대해 사측은 사법처리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일체의 민ㆍ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고 노측은 앞으로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피해는 고객들이 입었는데 자기들끼리 고생했다고 서로 위로하는 격이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주체는 당연히 국민과 고객들이 아닌가. 조흥은행 직원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식의 파업과 타협은 앞으로 사회적 불편과 불신만 증폭 시킬 뿐이다.
<이진우기자(경제부)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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