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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와 의료계의 무리수
입력2000-08-17 00:00:00
수정
2000.08.17 00:00:00
[사설] 정부와 의료계의 무리수정부의 강경입장 선회로 의료계 폐업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강경대응책을 발표한 데 이어 검찰과 국세청도 잇달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의 강경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사태는 더 꼬이는 양상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정면충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강경대응책 발표는 일단 수긍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의료계 달래기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정면대응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의료계 폐업사태로 사실상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을 한시적으로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지정,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의 임의조제를 허용한 것은 국민불편 해소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전공의들이 진료에 계속 불응할 경우 일시적으로 응급실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들을 파견하는 것도 검토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폐업 병·의원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와 의료보험 부당청구내역 공개 검토 등은 지나치다고 본다. 의사들을 협상창구로 이끌려는 의도는 이해되나 지나친 밀어붙이기는 대화분위기 조성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는 엄중히 처리돼야 하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일부 의사들의 세금탈루와 의료보험 부당청구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하필 이때에 의사들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겠다는 엄포는 자칫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진료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해임하고 입영조치하겠다는 것도 재고돼야 한다. 폐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의들을 분리하려는 의도겠으나 자칫 젊은 전공의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짓밟아 사태를 더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대형병원 시설물을 동네의원에 개방, 수술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병원제와 대학병원 등 3차 진료기관에는 입원만 전담하게 하는 등 차제에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려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엄청난 개혁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의료계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폐업을 풀고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해제 및 정부의 사과 등은 협상의 전제가 될 수 없다.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그 정도의 선처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도 의료계에 퇴로를 열어주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막가는 식의 무리수를 두어 사태가 더 꼬일 경우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입력시간 2000/08/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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