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자본이 모두 잠식되며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쌍용건설 임직원은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4개월간 공사대금을 한 푼도 지급받지 못한 협력업체도 힘겹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지연되며 신규 자금을 수혈 받지 못한 탓이다.
이처럼 힘겹게 버텨온 쌍용건설의 운명이 법정관리 문턱에서 극적으로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미뤄지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이며 쌍용건설 구조조정에서 한 발 물러서 있던 금융당국도 막판 조율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쌍용건설 워크아웃 재개 노력=우리은행은 10일 금융당국에“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을 부동의 처리하는 쪽으로 채권단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상 공을 금융당국으로 넘긴 셈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7일까지 워크아웃 동의서를 제출해달라고 다른 채권은행에 통보했지만 이날 저녁까지 단 한 곳도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은행도 더 이상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채권단 의견 조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우리은행과 신한ㆍ국민은행 부행장 및 쌍용건설의 실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임원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진행했다. “채권단이 쌍용건설 워크아웃을 부동의 처리해도 (당국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소극적으로 일관하던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도 금융당국이 이대로 쌍용건설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의 부담에 떠밀린 채권단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동의서를 제출한 우리ㆍ수출입은행 외에 산업ㆍ하나은행도 워크아웃 찬성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산은이나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이 동의서를 제출하면 바로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캠코가 마지막 열쇠=금융당국은 이날 주요 채권은행 관계자에게 “쌍용건설의 협력업체가 1,400여곳에 달하고 해외 수주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신한과 국민의 워크아웃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신한과 국민은 여전히 캠코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워크아웃 동의를 거절하는 입장이다. 이날 신한과 국민 측은 “당초 지원 규모가 4,000억~4,500억원 정도라고 예상했지만 실사 결과 1조원에 달하는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고, 앞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 때 쌍용의 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손을 떼고 있어서 여신위원을 설득하기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코는 여전히 쌍용건설 워크아웃에 동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생각이다.
채권단과 이해당사자의 합의가 늦어지고 있지만 시한은 촉박하다. 어떤 면에서는 이미 시한을 넘겼다. 쌍용건설의 채권상환 유예기간은 오는 25일까지로 쌍용건설의 해외 수주가 줄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우리은행은 사실상 ‘마지막 데드라인’으로 7일을 못 박은 바 있다.
우리은행은 쌍용건설의 구조조정 진행 서한을 해외에서 수주한 프로젝트 발주처에 12일까지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채권단의 합의가 끝내 무산될 경우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를 피하기 어렵다. 금융계관계자는 “상환 기간을 이미 넘긴 B2B채권 및 하도급에 지급하지 못한 공사대금이 모두 4,000억원에 달한다”며 “법정관리를 위한 최소 자본금조차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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