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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유전펀드다.’ 유전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끈 선박펀드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26일 국내 최초로 정부가 주도하는 유전개발펀드의 운용ㆍ판매사로 ‘한국투자신탁운용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투신운용은 다음달 개정작업이 완료될 해외자원개발사업법에 근거해 다음달 하순께 상품을 출시하고 기관 및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첫 유전개발펀드=‘유전개발 1호펀드’는 2,000억원을 공모 형태로 모집하며 단위형으로 추가 설정은 불가능하다. 한국투신운용이 운용을 맡게 되며 삼성ㆍ대신ㆍ굿모닝신한증권, 기업은행 등 컨소시엄에 참여한 증권사 및 은행이 판매를 담당한다. 또 일정기간 환매가 금지되며 만기는 5년이다. 대신 투자자들의 현금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설정 후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유가증권의 형태로 매매가 가능하게 된다. 이 펀드는 해외자원개발사업법상 해외자원투자회사로 분류되며 근거법이 다음달 15일에 발효된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등록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하순께 출시될 예정이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나=한국석유공사가 지분 14.25%를 출자한 ‘베트남 15-1광구’가 투자대상이다. 이 광구는 총 매장량이 6억배럴로 추정되며 현재 하루 6만~6만5,000배럴이 생산되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광구권이 부여돼 있는데 이후에도 석유 생산이 계속될 것으로 한국운용 측은 예측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질이 뛰어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보다 배럴당 2달러 정도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된다는 것이 한국운용 측 설명이다. 석유개발 광구는 통상 추정 매장량이 채취될 가능성 수치에 따라 ▦‘확인 매장’ 광구(90%) ▦‘추정 매장’(40~60%) ▦‘가능 매장(10% 미만)’으로 구분되며 한국운용이 투자하는 베트남 광구의 경우 ‘확인 매장’ 광구로 투자 성공 확률이 높다. ◇세제혜택, 안정적 수익 기대=이번 유전펀드의 수익은 베트남 광구에서 생산되는 원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원유 매장량 및 생산량, 국제원유가격, 환율 변동 등에 따라 수익률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운용은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거래를 실시하며 해외자원개발보험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한국운용 측은 “기대 수익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연 5~6%선인 선박펀드에 비해 조금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개발펀드에는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2008년까지 투자금액이 3억원 미만인 경우는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며 3억원 이상 투자자의 경우 초과분의 15.4%만 분리과세한다. ●"석탄등 비철금속 관련펀드도 개발 예정"
김범석 한국투신운용 사장 "한국 최초의 유전개발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해 유전개발 투자가 활성화되는 데 기여할 계획입니다." 유전개발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된 한국투신운용의 김범석(사진) 사장은 "에너지 관련 전문자문사인 에너지홀딩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유효했다"면서 "이번 유전개발펀드 출시를 통해 지금까지 저조했던 유전개발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국은 전세계 교역량의 20%를 원유수입이 차지할 정도로 원유수입 대국인데도 유전개발을 위한 투자규모는 해외 투자금액의 0.1%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유전개발펀드 출시는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운용은 이번에 국내 최초로 유전개발펀드를 출시하는 경험을 활용해 자체 기술력만으로 국내 순수 민간형 유전개발펀드도 개발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현재 한국운용만의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유전광구 몇 개를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리스크가 다소 크더라도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유전개발펀드를 선보이고 유전 이외에 석탄ㆍ니켈 등 비철금속 관련 펀드들도 개발해 펀드상품시장의 다양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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