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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國監풍경

李建榮(전 건설부차관) 지금은 공직을 떠나 홀가분하지만 나는 매년 이맘 때면 긴장하게 마련이다. 국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국회에 나가 시달림을 받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헌법에 명시된 국정행위를「시달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지만 나는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한다. 아마 거의 모든 피감(被監)기관이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가을로 들어서면서 국감전쟁이 시작된다. 기관마다 이슈가 될만한 예상문제들을 검토하고,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들고 의원회관을 들며 로비를 하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미운털 박히면 전조가 불안하다. 사전에 까다롭던 질문이 부드러워지거나 삭제되기도 한다. 국감은 우선 엄숙한 선서로부터 시작된다. 질의가 시작되면 피감기관석에는 긴장감이 팽팽하지만 국회의원 자리는 태반이 한산해 진다. 복도에는 서류보따리를 든 피감기관의 직원들이 모여서 쏟아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어 보내느라고 법석이다.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항상 크다. 묘하게도 언론은 목소리 큰 사람을 송곳질문이니 질타하느니 하면서 부추겨 준다. 심지어 시민단체라는 곳에서는 질문의 내용도 모르고 누가 몇번 마이크를 잡았는가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서 발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의원들은 마이크 잡는데 열심이다. 기관장들이 쓰는 상투적인 답변은 검토하겠다는니 고려하겠다느니 하는 식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위증을 피하며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해라」에 가까운 고압적 자세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더구나 부하직원들 앞에서 겪는 곤욕은 때로는 참기 힘들다. 솔직하게 또는 당당하게 답변을 하려다가는 오히려 꼬투리가 잡히거나 곱으로 터지는 수도 있다. 솔직히 한쪽에선 고함을 지르고 한쪽에선 깍듯이 존칭을 쓰는 분위기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사를 의논하거나 공정한 감사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국감이 끝나고 나면 뒤치닥거리도 큰 일이다. 국감 준비를 하느라 직원들이 근처 음식점에 깔아놓은 야식비도 문제지만, 국감 당일 국회의원들을 비롯하여 보좌관, 운전기사, 국회직원등 대부대의 접대비가 엄청난 것이다. 이것을 물론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올해도 국감때가 됐다. 또 고함소리가 요란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국감,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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